참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의 과거도 궁금하고, 그간 사귀었던 사람도 궁금하고, 지금 혹시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은 어땠는지, 졸업앨범엔 어떤 모습으로 찍혔는지, 혹시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평상시가 다르지 않은지 알고 싶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훔쳐보고 싶어 미칠 지경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인이 아닙니다. 대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곧 ‘가십걸’의 세상입니다. 인터넷은 온통 ‘X-파일’이고, 카메라를 든 온 국민이 파파라치입니다. 최근엔 ‘파파라치 취재’를 매체의 정체성으로 내세운 스포츠 신문까지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주, 배우 손예진은 자신의 집 근처에서 잠복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파파라치로 신고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음날 그 스포츠지의 팀장은 “손예진씨, 죄송합니다. 관심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우리는 한류스타 최지우를 취재하던 중이었지, 손예진을 취재할 시간도 관심도 전혀 없다’가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목격했다는 손예진의 최근 데이트 상대까지 거론하며 여러모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그 글은 누가 보아도 자신들을 ‘파파라치 취급’한 것에 대한 보복성 글임이 분명했습니다. “복수는 차갑게 해야 제 맛(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이라는 말을 상기한다면 너무 뜨거워 어떤 공감의 맛도 느낄 수 없었던 복수였습니다. 펜의 권력을 칼로 이용한 폭력적이고 무식한 대응이었습니다.

폭로와 은폐. 끊임없이 파헤치려는 황색저널과 되도록이면 숨기려는 셀러브리티의 사이의 끊이지 않는 전쟁에는 아마도 영원히 평화의 시대는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인류의 뇌에서 이 못 말리는 관음증과 오지랖을 영구제거 하지 않는 한 옐로우 저널의 창궐 역시 막을 수 없을 것일 테지요. 하지만 스타가 없는 파파라치는 존재 할 수 없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스타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닐 것입니다. 죽이자고 달려들지 마세요. 이것은 전멸을 목표로 하는 피의 전쟁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고도의 게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잊지 말아 주세요. 모든 게임에는 일정한 법칙과 룰,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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