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윈슬렛이 드디어 오스카를 받았다. 다섯 번 무릎 꿇고 여섯 번째 받았다. 윈슬렛은 이안 감독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로 처음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 이후는 전설이다. 그녀는 1997년 <타이타닉>으로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2000년에는 <아이리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젊은 나이에 세 번이나 후보로 올랐으니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터널 선샤인>과 <리틀 칠드런>으로도 윈슬렛은 오스카를 받지 못했다. 힐러리 스웽크와 헬렌 미렌이라는 적수들이 지나치게 강력했던 탓이다.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레이첼 결혼하다>의 앤 헤서웨이를 제외하면 큰 적수가 없었다. 다들 윈슬렛이 오스카를 받으리라 확신했고, 결국 윈슬렛이 받았다. 그런데 2005년 방영된 영국 시트콤 <엑스트라즈>(Extras)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윈슬렛이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키득키득 웃었을 게 분명하다. 영화배우 케이트 윈슬렛 자신을 연기한 그녀는 시트콤에서 이렇게 말했다. “홀로코스트 영화에 출연하면 오스카는 따논 당상이야. 내가 네 번이나 오스카 후보에 오르고도 상을 못 받은 이유가 뭐겠어(위 동영상 3분20초).” 그녀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의 왼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먼. <라이언의 딸>의 존 밀즈. 오스카를 받으려면 그들처럼 바보를 연기해야 해.” 윈슬렛은 바보를 연기하지 않았다. 대신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 <더 리더>에 출연했다. 그리고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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