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장서희
장서희 : 우리 서희가 어떤 애인 줄 알아? 어렸을 때부터 전국에서 가장 예쁜 어린이라는 소리를 들었어. 드럼에, 살사에, 못하는 게 없었지. 인기는 얼마나 많았는지, 중국까지 서희만 뜨면 ‘인어 소저, 인어 소저’하면서 수천 명이 따라다녔어! 막장이라고? 드라마가 막장이면 연기도 막장이디? 서희는 연기하나로 데뷔 20년 만에 드라마 주연을 따냈어. 너희는 서희처럼 드라마를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니? 서희를 우습게 보지마. 너희는 이미 서희에게 넘어가 있어!

이상용 : MC. 장서희와 함께 어린 시절 ‘꿀짱구’ CF에 출연한 인연으로 KBS <모이자 노래하자>의 어린이 MC에 장서희를 추천했다. 장서희는 이상용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가 운영하는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의 평생회원이 되기도 했다. 장서희는 어린이 연예인 시절 오뚜기 식품의 CF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어린이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1년 전속 모델로 캐스팅되는 기록을 세웠고, 이상아, 황치훈, 주희 등 어린이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MBC <호랑이 선생님>에 출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서희는 MBC <인어아가씨>로 데뷔 20년만에야 첫 주연을 따냈다. 또한 장서희가 연예계에 데뷔한 것은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1등을 했기 때문으로, 이 대회에는 원래 장서희의 둘째 언니가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오전반이었던 언니의 수업이 대회 시간과 겹쳐 참가가 어려워지자 “예쁜 왕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장서희가 대신 대회에 나갔다고. 데뷔부터 드라마틱했던 셈.

김수현 : 드라마 작가. SBS <불꽃>에 이영애의 친구 역으로 장서희를 추천했다. 당시 장서희는 사정상 <불꽃>에 출연할 수 없었지만, 김수현이 <불꽃>의 대본 연습에서 장서희 대신 연기를 한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자 장서희를 불러 오라고 했다고. <불꽃>에서 장서희는 중성적인 느낌을 가진 이영애의 친구 캐릭터로 출연해 다시 한 번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장서희는 이른바 ‘조연 전문배우’가 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었다. 장서희는 “이렇게 경력이 많은데 왜 굳이 공채시험을 치르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도 MBC 공채 탤런트에 도전했고, 단역부터 조연까지 착실하게 연기 생활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의 트렌디 드라마 붐과 함께 방송사는 안정된 연기력의 장서희보다 신선한 얼굴들을 빠르게 주연으로 캐스팅했고, 여기에 변변한 매니지먼트사도 없었던 장서희는 계속 하고 싶은 배역에서 탈락하곤 했다. 주연 내정을 통보 받은 뒤 막판에 다른 배우로 주연이 교체된 것만 여러 차례. 이 때문에 <인어아가씨>출연 전까지는 장서희가 울기 위해 쓰는 ‘울기 전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을 정도였다. <인어아가씨>도 장서희의 상대역을 제안 받은 배우들이 “장서희는 약하다”며 출연을 거절하기도 했다.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장서희 역시 나름의 한이 있었다.

임성한 : 드라마 작가. <인어아가씨>에 장서희를 주연으로 강력하게 추천, 그가 스타덤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서희는 임성한의 결혼식에 유일하게 초대받기도 했다. 임성한은 MBC <온달왕자들>을 집필하던 당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에게 머리를 자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방영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어서 다른 배우들이 이를 따르지 않았고, 유일하게 장서희만 지시에 따랐다고. 당시 장서희를 ‘참 열심히 하는 배우’라 생각한 임성한은 <인어아가씨>에 장서희를 주연으로 추천한다. 임성한이 이재갑 당시 MBC 드라마 국장을 통해 “머리 자르지 마세요” “드럼하고 살사를 연습하세요” 등의 요구를 해 장서희가 8개월여 전부터 이 같은 준비를 한 것은 유명한 일화. 또한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오랜 조연 생활을 통해 한 가지 성격을 뚜렷하게 표현하는데 능한 장서희는 수많은 극단적인 연기가 필요한 아리영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적격이었다.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극단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오버’가 되지만, <인어아가씨>에서만큼은 오히려 그것이 득이 됐던 셈. <인어아가씨>는 작품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친아버지의 새 아내의 뺨을 때리는 연기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 장서희의 연기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인어아가씨>는 큰 성공을 거뒀고, 장서희는 그 해 MBC <연기대상> 5관왕 수상. 나이 서른에 조연 끝, 주연 시작.

서경석 : MC. 장서희와 함께 SBS <한밤의 TV 연예>를 진행했다. 당시 장서희는 어느 날 방송에 심하게 부은 얼굴로 출연해 성형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장서희는 최근 “한 주 방송을 쉬라는 말도 있었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로 <한밤의 TV연예> MC가 될 만큼의 스타가 됐다. 일일 드라마 주연으로서는 전무하다고 할 만큼의 일. 하지만 그것은 장서희의 딜레마였다. 장서희가 <인어아가씨> 이후 출연한 MBC <회전목마>, MBC <사랑찬가>는 장서희에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일일, 혹은 주말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겼다. 또한 두 작품은 비상식적인 전개로 방영 내내 비난을 받았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 이후 “배역 폭을 넓히는 것”을 원했지만, ‘아리영’으로 굳어진 이미지와 30대의 나이는 그에게 다양한 배역을 허락지 않았다. 다른 여성 톱스타들이 한 두 작품 히트 뒤 이미지 관리를 통해 CF로 많은 돈을 버는데 반해, 장서희는 ‘스타’이면서도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주연을 하기는 쉽지 않은 묘한 상황에 있었다. 또한 장서희는 <인어아가씨>촬영 당시 39kg까지 내려갈 만큼 저체중인데, 이는 장서희가 다이어트를 위해 커피만 마시다 탈이 난 뒤 체질이 바뀐 결과. 연기를 잘해도, 시청률이 높아도 끊임없이 나이와 외모를 신경 써야 하는 직업. 한국에서 여배우는 그렇게 산다.

김성민 : 배우. 장서희와 <인어아가씨>에 함께 출연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김성민은 “숟가락질도 못하는데 젓가락질까지 가르쳐 준” 장서희가 매우 고마웠다고. 장서희와 김성민은 중국과 대만에서 <인어아가씨>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종영 뒤에도 함께 프로모션을 다니곤 했다. <인어아가씨>는 2003년 대만 GTV에서 3.98%의 시청률로 그 때까지 대만에서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중국에서는 CCTV가 집계한 외국 드라마 시청률 순위 1위 및 전체 드라마 시청률 3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장서희는 중국의 한 매니지먼트사로부터 20여억 원에 달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을 제의 받았고, 중국 드라마 <경자 풍운>에 출연하기도 했다. <인어아가씨>는 장서희에게 다른 배역이 쉽게 생각나지 않을 만큼 강한 이미지를 씌웠지만, 그 이미지로 해외 진출까지 할 수 있는 기회도 줬다. 그리고 장서희는 SBS <아내의 유혹>에서 살사 대신 탱고를 추는 은재로 돌아왔다.

변우민 : 배우. 장서희와 MBC <하나뿐인 당신>에서 장서희의 약혼자였고, <아내의 유혹>에서 전 남편으로 출연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아내의 유혹>의 은재는 <인어아가씨>의 아리영과 닮아있다. 두 작품 모두 복수극에, 설정은 ‘막장 중의 막장’이라 할 만큼 자극적이고 황당하다. 그리고 장서희는 이번에도 작품을 위해 물에 빠지고, 살사를 추며, 커피 끓는 물의 온도까지 정확하게 맞출 뿐만 아니라 순진한 아내부터 복수의 화신까지 온 몸을 던지는 연기를 한다. 물론,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있다면, 그런 드라마를 최대한 그럴듯하게 만들어줄 배우도 필요하다. ‘막장 드라마’의 효용중 하나는 장서희처럼 오랜 경력을 쌓은 배우들이 스타덤에 오를 기회를 준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장 드라마’라고 해서 배우가 ‘막장’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라도 거기에 최선을 다 하면 <아내의 유혹>의 은재처럼 정말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장서희 같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재미는 아닐까.

Who is next
장서희와 한때 같은 기획사에 소속됐던 신현준의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 특별출연한 최양락

강명석 two@10asia.co.kr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