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이돌- 아줌마+아이돌의 합성어. 아주머니들이 사랑하는 젊은 남자스타들을 뜻한다.

“얘,얘! 종민아! 거실 나와서 TV 좀 봐! 송승헌 나왔다!” 오늘도 또 시작된 어머님의 송승헌 타령. “너도 머리 좀 저렇게 잘라봐” 에서부터 시작해서 “팔뚝 좀 봐, 얼마나 튼실하니? 너도 오늘부터 운동해!” 로 끝나는 고정 레퍼토리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그냥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괜히 반박해봐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머님의 눈에 비친 송승헌은 늘 ‘젊은 남자의 이상형’ 같은 존재이다. 아이고, 내가 환장하지. 요즘 애들한테는 저렇게 촌스러운 스타일이 안 먹힌다고 몇 번을 말씀 드려봐야 소용이 없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우수에 젖은 눈빛, 후까시 가득한 그 남성적인 분위기와 풍선처럼 부풀린 몸매에 어머님의 두 눈은 이미 하트레이저 발사 중이시니 당신의 아들은 그에 비해 볼품없이 말라비틀어진데다가 남성적인 매력도 없는 ‘우엉남’(김밥 속 주재료인 우엉처럼 비실비실하고 소심한 남자)으로 보일 뿐이란다. 그래 뭐 내가 어머니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은 잘 알겠다. 그래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이다. 나도 내 나름대로 불쌍하고 웃긴 매력이 있는데 너무 무시당한다. 세상에 드라마 속 송승헌 같은 남자가 몇이나 있다고. 그러고 보니 우리 어머니의 눈높이가 저렇게 높아진 데는 일조한 스타들이 꽤 많다. 배용준에서부터 최근의 비까지 아우르는 그들을 나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돌’이라는 뜻에서 ‘줌마이돌’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 리스트를 체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줌마이돌 럭키 7

1. 배용준_ 줌마이돌계의 황제이자 창시자. 대표작은 KBS <겨울연가>와 MBC <태왕사신기>, 주무기는 부드러운 미소와 물샐틈없이 철저한 이미지관리. 그러나 연하의 여성들에겐 주로 ‘부담스럽다’ 또는 ‘느끼하다’는 평을 듣는다.
2. 송일국_ 줌마이돌계의 사극왕자님. 대표작은 MBC <주몽>. 주무기는 듬직한 이미지와 남자다운 풍채. 효자라는 플러스 요인도 있다.
3. 안정환_ 줌마이돌계의 스포츠스타. 대표작은 ‘2002 월드컵’ 주무기는 어머님들이 좋아하시는 스티븐 시갈풍 헤어.
4. 이서진_ 줌마이돌계의 플레이보이. 대표작은 MBC <다모>와 <이산>. 주무기는 있는 집 아들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듬직하게 큰 머리.
5. 송승헌_ 줌마이돌계의 터프가이. 대표작은 MBC <에덴의 동쪽>. 주무기는 위에 열거한 그대로.
6. 이병헌_ 줌마이돌계의 카리스마. 대표작은 SBS <올인>. 주무기는 오금을 저리게 하는 눈빛과 멋진 목소리.
7. 비_ 줌마이돌계의 막내. 대표 곡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외 다수. 주무기는 멋진 몸매와 요즘 청년답지 않게 무조건 열심히 하는 기특한 이미지.

그녀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위의 스타들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줌마들의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멤버들이다. 이들은 주로 TV드라마의 주연으로 어머니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젊지만 이미지가 듬직하며 너무 여성스럽지 않고 패션감각도 도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빅뱅이나 샤이니는 너무 애들 같아 별로이고 조인성이나 강동원은 기생오라비 같아 정이 안가는 아줌마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스타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향한 어머니들의 팬심은 그 파괴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젊은 층에게는 비난세례를 면치 못하는 <에덴의 동쪽>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주연으로 그리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송승헌이 연말 시상식에서 공동 대상을 차지한 결과 등도 그런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현상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 싫지 않다. 왜냐하면 그냥 나의 어머니가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너무 심하게 비교당하거나 내 개인적인 스타일을 그들과 비슷하게 바꾸라고 하면 괴롭겠지만 그래도 늘 무료한 일상에 지쳐 하시는 어머니께 전에 없던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긴 것이 나도 기쁘다. 다만 한가지, 점점 더 큰 인기를 얻어나가고 있는 ‘줌마이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왕이면 우리의 아줌마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 드리라는 것이다. 연기공부도 좀 하고, 작품도 좀 골라가면서 하고, 진짜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도 좀 하고 말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의 어머님들은 당신들을 정말로 오랫동안 사랑해 주실 것 이다. 왜냐하면 어머니들은 원래 자식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도 끝까지 사랑해주시는 그런 분들이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으니까. 그러니 부디 그녀들을 손쉽게 열리는 지갑으로만 보지 말고 존중하고 또 대우해 드리기를.

김종민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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