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 1981년에 데뷔했다. 하지만 2009년에도 주인공이다. 유명한 정치인의 아내다. 하지만 그 정치인보다 더 유명한 배우다. 두 아이의 엄마다. 하지만 ‘누구 엄마’보다는 자신의 이름이 가장 어울린다. 아내, 엄마, 배우.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은 배우의 이야기.

장서희 : 배우. MBC <그 여자>에서 최명길의 시누이로 출연했다. 최명길은 <그 여자>에서 도시에서 살다 시골 남자와 결혼해 자신과는 전혀 다른 시댁 식구들과 부딪치며 고민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한 MBC <세 여인>에서는 이지적인 커리어우먼을 연기했으니, 그 때도 청순가련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던 셈. 또한 그와 절친한 황신혜, 이영애, 장서희 등은 여배우가 30대를 넘겨도 주연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세대다.

김한길 : 정치인. 지난 1994년 최명길과 결혼했다. 김한길은 MBC 7층 복도에서 최명길을 처음 보고 첫 눈에 반했고, 최명길과 사적으로 처음 통화하면서 “나한테 시집오는 게 어때요?”라고 말했다. 최명길은 결혼 뒤 남편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로잔치에서 부침개를 뒤집”을 만큼 지역구를 챙겨 정치계에서는 “최명길이 직접 출마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한길은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여부도 오직 최명길과 상의했다. 최명길은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에 대해 “흥미진진하지만 때론 악성 소문에도 시달린다. 또 아내가 너무 앞장서도 안 되고, 잠자코만 있어도 안 돼 페이스 조절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고, 결혼 뒤 KBS <용의 눈물>, KBS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대사를 읽다가 ‘흠, 여기에 이런 포석이 깔려 있겠군. 그 다음엔 이러이러한 탐색전이 오가겠지?’하면서 웃는다. 아마 여배우들 중에 이런 생각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라고 말할 만큼 정치적인 감각이 몸에 뱄다. 최명길과 절친한 김성령은 “명길 언니니까 그처럼 훌륭하게 내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사람’이다”라고 최명길을 평했다.

최재성 : 배우. 최명길과 영화 <장밋빛 인생>에 함께 출연했다. 최명길은 <장밋빛 인생>으로 프랑스 낭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KBS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은혜정(전인화)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으로 나오는 작품의 제목도 <장밋빛 인생>이다. 최명길은 이 작품을 비롯, 영화 <안개기둥>, <우묵배미의 사랑> 등에 출연했는데, 이 작품들은 당시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안개기둥>은 결혼 뒤 직장을 관두며 자아를 잃어버리는 여성을 소재로 해 ‘새로운 차원의 여성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명길은 지금도 ‘괜찮은 영화 한 편’에 출연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레미 본야스키 : 최명길이 좋아하는 이종격투기 선수. 최명길은 SBS <태양의 남쪽> 출연 당시 남편과 함께 K-1경기를 보다 이종 격투기 팬이 됐다고. “김일, 천규덕 등이 활약했던 프로 레슬링은 너무 쇼맨십이 엿보였는데 이종격투기는 실전 그 자체다. 볼수록 사람을 중독케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나름의 소감을 밝힐 정도. 또한 김한길은 기자 간담회 도중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웠다가 방송사의 ENG카메라가 있는 것을 보고 “담배 피우는 거 찍지 마십시오. 집에 있는 마누라한테 박살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포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듯.

유동근 : 배우. KBS <용의 눈물>, KBS <명성황후> 등에 함께 출연했고, 서울예전 동문이며,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그의 아내 전인화가 최명길과 함께 출연한다. 최명길은 <용의 눈물>에서 원경황후를 정치적 야망이 큰 능력 있는 여성으로 연기해 대하 사극의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제시했다. 이후 <명성황후>, <대왕 세종>, <미워도 다시 한 번>등에서 최명길의 연기한 캐릭터는 이를 바탕으로 시작된 셈. 또한 최명길은 <용의 눈물> 촬영 당시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이틀 동안 나머지 출연분량인 30여회를 모두 소화해 화제가 됐었다.

이윤지 : 탤런트. MBC <내 곁에 있어>와 KBS <대왕세종>에 함께 출연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이윤지는 <대왕세종>에서 최명길의 마지막 녹화 당시 한 아침 프로그램에서 그에게 작별 인사를 부탁하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내 곁에 있어>는 최명길이 드물게 한 아이의 ‘엄마’ 역할에 집중한 작품.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최명길은 안락한 현재와 자식을 버린 과거로 인해 고민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한 최명길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딴 곳을 보거나 대사를 잊어버리는 배우들이 있어 미안할 때도 있다”고 할 정도로 후배들에게 카리스마적인 연기자로 인식된다. KBS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김종창 감독은 ‘최명길에게 기가 안 눌릴 배우’를 찾다 박예진을 캐스팅했다고.

김어진 / 김무진 : 최명길의 두 아들. 최명길은 연기자, 정치인의 아내, 어머니의 역할 중 “아이들 키우는 엄마 노릇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할 만큼 아이들 교육에 큰 신경을 쏟는다. 또한 그는 자식들을 조기교육 시키는 대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두 아들을 낳은 뒤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한동안 연기활동을 쉬기도 했을 정도. “내 집, 내 가족을 지키고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도 만나고 싶다”는 게 최명길의 지론이라고.

데보라 윙거 : 미국의 여배우. 최명길은 데보라 윙거가 은퇴를 발표하며 “내 나이에 마땅히 맡을 배역이 없고, 뒷전으로 물러난 느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고. 최명길 역시 공백기를 가지며 “내가 원하는 작품이 오지 않으면 이젠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고 제게 맞지 않는 작품을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명길이 최민수와 멜로 연기를 선보인 SBS <태양의 남쪽>에 출연 결정을 한 것도 “사극의 중전마마 역할만 들어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기 때문이라고. 최명길이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기자로서 최명길이 보여주는 프로 의식 때문. 최명길은 1981년 데뷔 이래 “한 작품이라도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단 한 번도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았고, 촬영장에 언제나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노력과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40대에도 미니시리즈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여성 연기자를 탄생시켰다.

박상원 : 배우. 21년 전 <세 여인>에서 세 여성 주인공이 자주 다니는 술집의 바텐더로 출연했다. 그리고 21년 뒤 다시 <미워도 다시 한 번>에 함께 출연한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최명길 뿐만 아니라 40대 여성 배우들에게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만한 작품. 40대 여성이 미니시리즈의 주연을 연기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기업인인 동시에 자식과 남편에 대한 사랑을 함께 보여주는 최명길의 캐릭터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다. 21년 전의 청춘 배우는 이제 드라마에서 ‘옛사랑’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전성기다. 최명길, 그리고 그 또래의 연기자들이 바로 지금 그들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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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과 <내 곁에 있어>에 출연한 이윤지가 출연중인 ‘우리 결혼했어요’의 정형돈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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