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연애하는 것들 환상 다 깨 놓을 겁니다” 커플을 헤어지게 하는 게 목적은 아니라고 하지만 <연애불변의 법칙>(이하 <연불>)이 연애에 대한 환상을 깨놓는 프로그램임은 분명하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리얼’ 진상 행각은 <연불>에 남자친구를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의뢰녀 뿐 아니라 시청자들마저 충격 받을 정도로 뻔뻔하고, 이들의 행각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독해진다. 시즌 7로 돌아오며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능가하는 치정극으로 치닫고 있는 <연불>, 그 동안 방송된 내용 가운데 유난히 독한 에피소드만 몇 가지 추려 보았다. 왜? 이번 주 토요일 화이트 데이를 맞아, 연애하는 것들 환상 다시 한 번 다 깨 놓으려고.

초유의 사태, 유부녀가 남편을 의뢰했다. 심지어 그 남편은 전직 프로게이머로 스타크래프트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이 모 선수. 그의 부인은 “아기가 생겨서 결혼했다”는 솔직한 발언과 남편이 자신과 사귀기 전에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었을 뿐 아니라 연락하는 여자가 많아 술집까지 가서 끌고 나온 적도 있다는 거침없는 고백으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바퀴’ 출연을 추천하고 싶을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 준다. “그 동안의 행실로 비추어 봤을 때” 남편이 낯선 여자에게 문자를 받으면 바로 전화할 것 같다며 남긴 명언은 “이혼은 안 할 텐데 피바람 불지 않게 조심해” 그런 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자 만나러 가면서 친구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하는 주인공은 “언제 이렇게 예쁜 애가 나한테 관심 가져 주겠냐”며 희희낙락하는데, 이 와중에 위로 한 마디 없이 “(남편이) 정신 못 차릴 것 같다”고 깐죽대던 김창렬은 마침내 주인공의 부인과 싸우기 시작하고, 결국 촬영팀은 주인공과 작업녀가 함께 있는 ‘유혹의 방’에 들이닥친다. 헤어짐이 문제가 아니라 이혼까지 불사할 듯한 분위기, 그러나 다행히 이 에피소드는 실제상황이 아니라 <연불>의 또 다른 MC, LJ의 몰래 카메라였고, 이 모 선수는 부인과 “4주 후에”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됐다.

욱하는 성질 때문에 300일 동안 사귀면서 부순 휴대폰이 5대나 된다는 주인공, 권위적인 성격에 체면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 술자리에서 여자친구가 벗어놓은 신발을 좀 주워달라고 부탁하자 “후배들 앞에서 니 신발 주워줘야겠냐?”며 들은 척도 안 하고 여자친구가 먼저 집에 간다고 하면 찌개를 엎어버리는 다혈질에 말다툼할 때면 “미친 X야, 깝치지 마” 라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유혹하는 작업녀가 여자친구와 똑같이 구두를 주워달라고 하자 당연한 듯 주워주고, 밖에 나가서는 옷도 벗어주고 뜨거운 음식은 불어서 먹여주기까지 한다. 이 와중에 300일 만난 여자친구는 “한 달 사귄 애”로 둔갑하고, 여자친구와는 만나기만 하면 8~12시간 PC방 데이트만 했던 주제에 작업녀에게는 각종 게임과 스킨십으로 어필한다. 심지어 술에 취한 작업녀를 이끌고 당당히 모텔로 향하는 바람에 제작진을 당황시켰고 긴급히 투입된 PD가 작업녀의 중학교 때 선생님을 자처해 상황을 수습했다. 결국 며칠 뒤 또 다시 작업녀와 데이트를 하던 중 촬영팀에게 습격당한 주인공은 의뢰인인 여자친구를 향해 허탈하게 묻는다. “요새 이것 땜에 바쁜 거야?” 결국 이들은 헤어졌다.

3년 동안 만나면서 데이트 비용의 90%를 여자친구가 냈고, 매달 수백만 원씩 그은 카드 값이 쌓여 5천만 원이 되었다. 하지만 퍼주고 퍼주는 여자친구에게 익숙해진 주인공은 친구들과 마신 술값까지 여자친구가 내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명품 선물을 사다줘도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브랜드고 디자인도 별로라며 “어떻게 넌 갈수록 보는 눈이 낮아지냐?”며 타박만 한다. 그런 그가 사귀는 동안 여자친구에게 해 준 선물은 10만 원 상당의 지갑과 동대문에서 사준 귀걸이 하나 뿐, 연봉 5천만 원대의 대기업에 취직하고 나서도 선물 하나 없고 여자친구 카드가 한도초과되건 말건 나 몰라라 한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만난 이상형의 작업녀를 보자마자 ‘내 스타일’이라며 좋아하고 허리 끌어안고 향기 맡고 난리를 치던 주인공은 며칠 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작업녀가 50만 원 상당의 양주를 깨뜨리는 실수를 하자 바로 카드를 꺼내 대신 돈을 내 주는 젠틀함을 선보인다. 결국 “사랑, 하면 저 사람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라던 여자친구는 “저기 앉아있는 모습만 봐도 죽이고 싶어요”라며 이를 갈다 주인공과 헤어진다.

500일 사귄 커플이었다. 장난스럽다 못해 도를 지나치는 주인공은 남들 앞에서 여자친구 더러 “해골 같지 않냐? 진짜 진상이다 진상”이라며 놀려대고 클럽에 같이 가서 놀 때도 여자친구에게는 “그냥 부킹하러 온 척 해라”라며 우긴 뒤 여자친구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부킹을 했다. 술집에서 마음에 드는 작업녀가 나타나자 “나 여자친구 5명이야”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해 여자친구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주인공은 각종 스킨십과 “내 심장에 키스하는 줄 알았어” 따위 립서비스 등 화려한 작업의 기술을 자랑한다. 심지어 여자친구에 대해 “개념은 제대로 박혀 있는데 머리가 진짜 나빠”라는 망언까지 내뱉었을 정도니 이 커플에게도 끝이 보인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여기는 반전이 있다. 첫 만남 후 주인공은 2주 동안 작업녀의 연락을 피했고, 한밤중에 여자친구가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거짓말을 하자 한달음에 달려와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며 피해자 측 사람을 만나 자기가 운전을 했다고 주장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다음 반전도 있었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여자친구가 이별을 결정하고 지하철역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 하지만 물론 마지막 반전도 있다. 여자친구가 다음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와 ‘멋진 남자’가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에피소드.

1년 사귄 커플, 심지어 동거까지 하지만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여자친구가 어머니 모시고 집안일 하고 조카들까지 돌봐 주지만 친구 데려왔을 때 술상 차려와 같이 좀 앉으려고 하면 “어디라고 끼어들어? 빨리 들어가. 술맛 떨어지게”라며 타박하기 일쑤에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와 외박하고 들어와서도 “내가 너랑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라며 적반하장으로 굴었다. 잘생긴 외모를 믿고 나이트에 가서 끊임없이 부킹하면서 “내가 정신 차리고 작업 들어가면 안 넘어올 여자애가 어디 있어?”라는 자신만만함을 보이는 주인공은 “남자는 100이면 100 다 원나잇을 원해”라고 못을 박기도 한다. 결국 처음 본 작업녀와 모텔까지 가려다가 제작진의 방해로 무산되는데, 여기서 등장한 여자친구의 고백. “저 날 저러고 들어와서 저 끌어안고 잤어요” 며칠 뒤, 작업녀와 데이트하던 중 들이닥친 여자친구에게 변명을 늘어놓던 주인공은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잘 해 주는 맞선남과 결혼하겠다며 가져 온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리며 화를 낸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여자친구가 결국 ‘사랑’을 선택했다는 사실. 덕분에 개과천선한 주인공이 “일찍 들어오려고 노력하고 문자 답장도 해 주고” 한다며 모처럼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 커플, 지금도 예쁜 사랑 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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