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연애 불변의 법칙’이란 무엇일까.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더 손해다? 남자는 열이면 아홉 이상은 유혹에 넘어간다? 애인이 예쁘다고 바람을 안 피우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연애불변의 법칙>에도 법칙이 있다. 평소 주인공들의 이상형에 맞춘 미모의 작업녀가 어두운 술집 옆자리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면 그들은 어이없을 만큼 뻔한 패턴으로 행동하며 불나방처럼 유혹의 덫에 뛰어든다. 이효리가 괜히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순진한 내숭에 속아 우는 남자들”이라 노래했던 게 아닌 것이다. 그래서 <연불>의 불변의 법칙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이번 주말 화이트 데이 때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커플이라면 특히 눈여겨 볼 것을 권한다.

대부분 좋게 말하면 오픈 마인드, 나쁘게 말하면 지조가 없는 <연불>의 주인공들은 친구 여자친구의 친구, 술집 옆자리 아가씨, 선배의 아는 사람 등을 가장한 초면의 작업녀들에게 순식간에 공략 당한다. 옆 자리에 붙어 앉은 작업녀가 만화 주인공이나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는 칭찬 정도만 던지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가 자신의 스킨십을 거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용기백배가 되는 이들은 곧 여자친구에게는 잘 해주지도 않던 “사랑해”나 “예쁘다”는 말을 잔 비우는 것보다 더 자주 내뱉기 시작한다. 또한 “왜 그렇게 노느냐” 라는 질책에 “천성이 이래”라며 자신을 정당화했던 한 주인공을 비롯해 다수의 남자들은 심지어 작업녀가 나타나기 전부터 술집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해 눈에 띄는 여자들에게 닥치는 대로 작업을 걸기도 하니, 이들의 바람기는 말 그대로 천성인 걸까.

“하루에 열두 번씩 전활 걸어 확인하고 / 어쩌다 통화중일 때면 괜한 의심으로 (중략) 마치 넌 엄마처럼 하룰 다 알고 있고 / 어디서 누구와 뭘 할까 불안하고 / 날 위한 거라 또 믿지”라는 동방신기 ‘롱 넘버’의 가사는 애인의 전화가 귀찮고 두려운 수많은 남자들의 심경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인이 이 시간에 어디서 누구와 뭘 할까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자기 손으로 남자친구를 작업녀와 합석시켜 놓고도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의뢰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주인공들은 “오늘 누나네 간다고 했잖아” 따위 단순한 알리바이나 “남자들끼리 술 마시고 있어” 라는 방어적 알리바이로 여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특히 자주 쓰이는 것은 함께 있는 도움남을 핑계 삼아 “XX이랑 같이 있어.” 하는 식이다. 게다가 여기서 남자친구가 괜히 “XX이 바꿔 줄까?”라면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설레발을 친다면…백 프롭니다.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물론 <연불>에 출연할 일도 없었을 주인공들이다. 짧으면 100일, 길면 3년 이상 사귀거나 동거까지 하는 여자친구를 두고서도 그들은 ‘여친을 여친이라 말하지 않고’ 잔머리를 굴린다. “여자친구 있어요?”라는 질문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는 1) 있을 것 같아, 없을 것 같아? 2) 왜? 나한테 관심 있어? 3) 넌 남자친구 있어? 4) 그럼, 여자친구는 많지! 5) 비밀로 하면 안돼요? 난 노코멘트를 좋아하거든요. 6) 물끄러미 바라보다 키스. 아주 가끔 당당하게 여자친구의 존재를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안 돼? 쿨남은 괜찮아” “난 여자친구한테 얘기를 했어. 너 안 사랑한다고” 등 이들의 당당함은 간이 배 밖으로 뚫고 나온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네.” ‘패떴’의 유재석만 게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연불>의 주인공들 역시 게임을 조른다. 지금까지의 연애 경험을 시시콜콜 묻는 진실게임과 “나는 이 자리에서 자고 싶은 사람이 있다!” 따위를 외치며 노골적인 관심을 어필하는 ‘있다 없다’ 게임으로 탐색전을 벌이고 나면 “2번이랑 3번 10초간 뽀뽀”를 해야 하는 왕게임이나 입에서 입으로 술 옮기기 같은 스킨십 위주의 게임으로 이어진다. 얼굴을 10개의 구획으로 나눈 뒤 휴대폰 번호 열자리 숫자에 맞춰 각 부위에 뽀뽀를 하는 약간 복잡한 게임과 방송에 차마 내보낼 수 없을 만큼 야한 19금 버전 홍기백기청기 게임까지 이 다양한 게임들은 물론 스킨십의, 스킨십에 의한, 스킨십을 위한 것들이다.

미운 정도 정이다. 매일 나이트 가서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녀도 “그래도 나한테 돌아오잖아” “잘 할 때는 잘 하니까…”라며 남자친구를 대변해 주는 의뢰인도 있고, 사귀는 내내 기념일 한 번 안 챙긴 주제에 바람피운 상대에겐 이것저것 다 해줬던 남자친구에 대해 MC들이 비난하자 “너무 그렇게 몰고 가시니까 제가 더 미안해요”라며 두둔하는 의뢰인도 있다. 심지어 이들은 대개 남자 친구와 작업녀의 스킨십에 대해 “손잡는 것도 싫지만 키스까진 봐 주겠다”는 식의 상당히 너그러운 기준을 제시한다. <연불>에 의뢰하기까지 그동안 오죽이나 이 꼴 저 꼴 다 봤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 키스는 물론 자신에겐 보여주지 않던 매너와 애교를 선보이고 종국에는 모텔에 가네 마네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이들은 피눈물을 흘릴 뿐이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다들 울지만 말고 눈 밑에 점을 찍어제 2의 작업녀로 변신한 뒤 배신자에게 복수라도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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