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고 하얀 에스프레소 잔에 담겨 나온 이 초콜릿을 처음 대면했을 때 무척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먹어온 핫 초콜릿은 큼지막한 머그잔에 푸짐히 담겨 나오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걸쭉하기까지하다! 잔을 들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듯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본다. 그 맛 또한 당혹스럽다. 복잡 미묘한 맛이 난다. 달콤쌉싸름하면서, 시큼하고 그 끝 맛은 의외로 깔끔하다. 이런 모순적인 맛이라니… 초콜릿을 한 모금, 두 모금 마셔갈 수록 이 녀석은 나에게 자신의 맨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르르 마음이 무장 해제되고 혼자서 작은 에스프레소 잔 속의 뜨거운 초콜릿을 홀짝이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게 된다.

출근길 아침, 길 모퉁이를 돌아서다가 까닭모를 서글픔에 눈시울이 붉어질때 난 이 핫 초콜릿 에스프레소가 생각날 것 같다. 가슴 한 켠에 겨우 지피고 있는 꿈이라는 불씨가 사그라들 것 같은 서글픈 날과 맞닥트릴 때 달콤쌉싸름한 이 핫 초콜릿 에스프레소로 잠깐만이라도 나를 위로해 주고 싶다.

글ㆍ사진. 신서하 (six@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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