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다큐멘터리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 /사진제공=SBS
다큐멘터리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 /사진제공=SBS
SBS가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샘 해밍턴, 아히안, 앨로디, 카를로스, 닉 등 벽안의 외국인 5명의 눈으로 북한과 분단의 아픔을 살펴본다.

지난 10월 15일 평양에서 한국과 북한의 A매치 경기가 있었다.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날아간 외국인 친구들은 다음날 29년 만에 평양에서 벌어지는 A매치 남북전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브라질 출신의 카를로스는 노란색 브라질 축구유니폼까지 준비했다. 경기장에서 입고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북한의 ‘무관중 경기’ 결정으로 무산됐다. 경기 당일 김일성경기장 앞은 삼엄한 경비와 통제가 있었고, 관광지에서 허가됐던 사진 촬영도 철저히 금지됐다.

이들의 실망감을 채워준 것은 같은 날 밤 관람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였다. 들어서자마자 전광판만큼 일사불란한 카드섹션과 참가자들의 압도적인 함성 소리에 놀란다. 단 한 명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일사분란한 집단 체조와 율동에 외국인 친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가 평생 처음 보는 모습이고, 어떻게 이런 공연이 가능한 지에 의문스러워하기도 했다. 궁금한 것이 많았던 북한이었지만 직접 돌아보고 알아보니 궁금증은 더 많아졌다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이에 앞서 외국인 친구들은 개성을 거쳐 북측 판문점을 돌아봤다. 남측에서 판문점을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 샘은 이곳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분단의 아픔을 체감했다. 북측 지역을 둘러보다 그동안 연결되지 않던 모바일 메신저가 터진 것이다. 그리운 가족과 통화하고 싶었지만 북측의 제지가 두려워 시도하지는 못했다. 샘은”불과 2km 길이의 비무장지대로 분리된 남북의 아픔을 직접 느끼게 됐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식과 떨어져 연락이 안 되고 가족과 분리되는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며 이런 아픔을 겪는 한국 사람들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을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금강산 곳곳의 자연과 비경도 공개된다. 이들은 남측 방문객들에게는 엄격하게 제한되는 평양시 지하철도 직접 타보고, 대동강 강변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대화하고 배드민턴을 같이 치기도 했다. 지하철 역에서는 샘 해밍턴이 영웅석에 앉으라는 시민의 양보에 자리에 앉았다가 다른 시민으로 부터 “러시아 영웅전사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또 이들은 유명 양복점에 가서 인민복을 맞춰 입기도 하고, 이발소에 가서 북한식 헤어스타일로 이발을 하기도 했다. 인민복을 입은 카를로스와 북한식 헤어스타일을 한 샘의 익살에 평양 시민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샘은 “웃음은 만국공통어라며 북한 주민들이 참 잘 웃었고, 그걸 보고 우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북한 방문은 캐나다 교민 정순천 씨가 만든 여행사 ‘태권도로드투어’를 통해 이뤄졌다. 한국인들은 여행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샘 등은 외국인 신분이었기에 가능했다.

때로는 감동에 눈물나고 때로는 배꼽 빠지게 웃기는 5명의 좌충우돌 북한 방문기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은 SBS 남북교류협력단에 의해 제작됐다. 오는 6일 밤 10시에는 ‘1부 웰컴 투 평양’가, 13일 밤 11시 10분에는 ‘2부 멀어도 멀어도 금강산’과 ‘3부 안녕히 다시 만나요’가 연속 방송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