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필구 역을 맡은 아역배우 김강훈. / 사진제공=KBS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필구 역을 맡은 아역배우 김강훈. / 사진제공=KBS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아역배우 김강훈을 보면 떡잎부터 다른, 참 잘 자랄 배우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강훈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공효진 분)의 아들 필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1일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일찍 철이 든 필구는 ‘깡필구’라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김강훈은 당찬 모습부터 흡인력 있는 깊은 감정 연기까지 필구를 훌륭하게 표현해 전국에 ‘필구 엄마’를 대거 양성했다. 김강훈은 성인 연기자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강한 흡인력과 감정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김강훈을 만났다.

김강훈은 “따뜻했던 드라마였는데, 끝나서 아쉽다. 아직 옹산에 살 것 같고 준기 아줌마(김선영 분)가 서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모두와 헤어지기 싫었는데 준기 형(김건)이랑 헤어지는 게 제일 아쉬웠다. 공효진 엄마랑 헤어지는 것도 슬펐다. 진짜 엄마처럼 대해줬는데 갑자기 못 만나니까 그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진짜 엄마’처럼 김강훈을 세심하게 챙겼다. 문자를 주고 받을 때도 이름 대신 ‘아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김강훈은 “공효진 엄마가 촬영 전에 어떻게 해보자, 애드리브는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챙겨줬다.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도 알려줬다”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려줬다. 정말 고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고두심 할머니(곽덕순 역)는 영화 ‘엑시트’도 같이 해서 드라마 전부터 친했는데, 대본 리딩부터 잘 챙겨주셨다. 진짜 할머니 같았다”며 “용식이 형(강하늘 분)은 정말 착하고, 향미 누나(손담비 분)도 친누나 같다. 특히 종렬 아빠 (김지석 분)는 아빠처럼 잘해주고 장난도 쳐줬다. 진짜 제 가족 같은 느낌”이라며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강훈은 필구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묻자 “야구, 오락, 먹는 걸 좋아하는 것만 닮았다. 엄마를 지켜야 하는 건 다르다. 드라마 속 엄마는 내가 지켜줘야 하지만 현실 엄마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엄마를 지키는 연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품이어도 엄마를 지킨 게 처음이라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김강훈은 2013년 엄마 손에 이끌려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금은 알고 연기를 한다고 털어놨다. 김강훈은 “그때는 연기가 싫었다. 재미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했는데 지금은 재밌다. 아홉 살 때부터 연기가 재밌어서 스스로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 대사를 외우는 것도 흥미롭다”고 밝혔다.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이제 겨우 11살. 아직 어린 아이가 어떻게 서러움과 속상함을 알고 눈물을 흘렸을까. 필구의 눈물은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이었다. 김강훈은 “사실 예전에는 엄마가 죽는 걸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 근데 이 드라마에선 필구의 상황에 몰입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잘했다 싶은, 혹은 진짜 눈물이 났던 장면이 있었을까. 김강훈은 “종렬 아빠를 따라 서울로 갈 때 차 안에서 우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슬퍼서 진짜로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백 엄마가 서울로 데리러 와서 눈치를 봤다고 때렸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한 대 맞고 울어야 했는데 눈물이 나지 않아 두 대를 맞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뷔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닭봉 양념이 눈에 들어가서 20분을 쉬었다”고 말했다.

김강훈의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차영훈 PD는 “신기하게도 촬영을 하면 할수록 강훈이의 연기가 좋아하지는 게 보였다. 드라마 안에서 성장하는 걸 보는데 ‘이 친구가 작품 중에 사춘기가 오는 건가?’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슬퍼하거나 슬픔을 찾는 감정연기는 독보적이었다. 장하고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김강훈은 TV로 자신의 연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사실 나는 내 연기를 못 본다. 뭔가 쑥스러워서 안 보고 다시보기로 보는데, 그마저도 내가 나오는 부분은 그냥 넘긴다. 내 연기를 못 보겠다. 오글거린다고 해야 하나. 너무 쑥스럽고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못 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강훈은 “임상춘 작가님의 대사는 한 마디, 한 마디 다 와 닿았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KBS
김강훈은 “임상춘 작가님의 대사는 한 마디, 한 마디 다 와 닿았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KBS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김강훈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는 “‘동백이 아들 아니니!’라고 알아봐 주신다. 사람들이 알아볼 때 기분이 가장 좋다. 뭔가 해낸 느낌이 들어서 좋다”며 뿌듯해 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것 같으냐고 묻자 “필구가 인생캐릭터인 건 확실하다. 아직 필구에게 빠져 있고, 필구가 내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롤모델로는 강하늘을 꼽았다. 김강훈은 “강하늘 형처럼 크고 싶다. 강하늘 형은 정말 착하다. 촬영장에서 스태프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걸 보고 놀랐다. 엄마도 인사하고 쓰러질 뻔했다고 하더라. 그 부분이 신기했다. 정말 착한 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도 형처럼 착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 강하늘 형처럼 착해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강훈은 어린 아이답게 솔직하고 귀엽다가도 의외의 성숙한 대답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김강훈은 “잘생겼다, 귀엽다는 말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좋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내 꿈인데, 그 말을 들으면 목표에 닿은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또 ‘김강훈에게 연기란?’이라는 조금 어려운 질문에 바로 “일상”이라는 답을 내놨다. 김강훈은 “친구들은 학교 다니는 게 일상이고 노는 게 일상인데 저는 연기가 일상이다. 학교를 가듯 나는 연기를 매일 한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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