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전 젠더 이슈로 치열한 논란이 있었지만, 개봉 후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27일 30만 745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112만 447명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첫날 13만 8761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개봉 5일째인 지난 27일 오후 1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이는 개봉 6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 9일째 100만 관객을 달성한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빠른 속도다.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당했고, 출연 배우들은 이유 없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영화가 성 대결로 변질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단순히 김지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뚜껑을 연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개봉 전 남성은 1점, 여성은 10점 만점을 주며 평점 성 대결이 벌어졌던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서도 개봉 후에는 실 관람객 평점이 여성(9.58점)과 남성(9.42점) 모두 높았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10년 전 아이와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살았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내와 장모님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이 범벅됐다” “나와 우리 엄마의 이야기” 등으로 공감을 표했다.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한 여성이 겪는 차별을 직설적으로 다룬 원작과 달리 아내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남편, 딸을 향한 엄마의 뜨거운 애정을 통해 원작의 까칠한 색깔을 완화했다. 소설에서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쳤던 남편 대현(공유 분)은 영화에서 지영(정유미 분)을 헤아리려 애쓰는 인물로 거듭났다. 가부장적인 태도로 지영에게 상처를 줬던 아버지(이얼 분)도 영화에선 무뚝뚝한 발언 뒤에 서툴지만 따뜻한 진심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오빠들 뒷바라지에 교사의 꿈을 포기한 자신의 처지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딸들을 응원했던 지영의 엄마 미숙(김미경 분)은 원작 그대로의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남자를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과 남성이 어깨동무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남편의 상징적인 대사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이제 아는 것만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소설은 여성의 삶에 관한 연대기 형식의 보고서처럼 냉정했다”면서 “영화는 이를 1인칭 김지영 캐릭터의 사연으로 녹여내며 논란의 여지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희망적으로만 그린 결말은 조금 불편했다. 대중적 선택이지만 원작의 현실 고발성이 훼손된 면이 있다”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배우들의 SNS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 유아인은 “부정한 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길 바란다”고 요청했고, 최우식은 “정말 슬프고 재밌고 아프다”라고 했다. 가수 겸 배우 수지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공감했다. N차 관람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82년생 김지영’은 100만 돌파를 넘어 손익분기점인 160만에 근접해 나가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을 타고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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