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그룹 에프엑스(f(x))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에프엑스(f(x))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에프엑스[f(x)]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고인이 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각각 중국과 미국에 머무르던 빅토리아와 엠버는 조문을 위해 급히 귀국했고, 국내에 있던 크리스탈과 루나는 비보를 접하고 바로 빈소로 향했다. 빛나는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이들은 오늘(17일) 발인식에서 설리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빅토리아와 엠버는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빅토리아는 중국 상해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다 비보를 접했다. 중국 매체 시나연예에 따르면 빅토리아는 촬영장에서 비보를 전해들은 후 울음을 터트렸고, 촬영을 중단했다. 빅토리아는 비자 발급을 위해 해 베이징을 거쳐 지난 15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엠버도 이날 오후 입국했다. 엠버는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종료된 후 미국 음반 제작사 스틸 울 엔터테인먼트(Steel Wool Entertainment)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일 한국과 미국 동시에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엠버는 설리의 비보에 모든 일정을 연기하면서 “최근 일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을 잠시 멈추려고 한다. 모두에게 미안하고 신경써줘 고맙다”고 알렸다.

루나 역시 오는 18~19일로 예정돼 있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광주 무대에 오르지 않기로 했다. 루나의 소속사는 “루나는 설리에 비보에 큰 슬픔에 빠져 있어 연기가 힘든 상황이다. 부득이하게 주말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머물고 있던 크리스탈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직원들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한 팬은 “눈물로 얼룩진 크리스탈을 봤다. 얼굴을 거의 가렸지만 침통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국 및 스케줄 취소 소식이 전해진 세 멤버와 달리 크리스탈의 소식은 기사로 나오지 않자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거냐는 추측성 댓글이 달렸고, 크리스탈의 이름과 ‘크리스탈 설리’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에프엑스는 멤버들 모두가 사이 좋기로 유명한 그룹이었다. 그중에서도 유일한 동갑내기였던 크리스탈과 설리는 누구보다 친한 사이였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했고 아꼈다. 에프엑스 팬들이라면 크리스탈과 설리가 자매보다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팬이 아니어도 에프엑스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절친한 사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크리스탈이 기사화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설리의 장례식장이 비공개라 조문을 온 연예인을 기사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엠버, 빅토리아, 루나는 스케줄을 중단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사로 전해졌다. 그러나 크리스탈은 설리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설리와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충격이 컸던 소속 아티스트와 직원들은 빈소를 지켰고 발인식도 함께 했다. 이들 중 그 누구도 SNS에 추모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저 슬픔 속에 머물렀다.

크리스탈, 루나, 엠버, 빅토리아는2009년 데뷔부터 설리가 탈퇴한 2015년까지 6년이란 시간을 ‘에프엑스’라는 같은 날개를 달고 활동했다. 연습생 기간까지 고려하면 10년도 넘는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제3자들이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냥 영원한 별이 된 설리를 아름답게 기억하고, 그 별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면 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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