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 / 이승현 기자 lsh87@
가수 겸 배우 설리. / 이승현 기자 lsh87@
영국 가디언, 미국 빌보드 등 주요 외신이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를 여성 권리를 주장한 아티스트로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고(故) 설리에 대해 “설리는 보수적인 한국 연예계에서 다소 논쟁적 인물이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설리가 생전에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했던 일화를 밝히며 “설리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던 도중 ‘시선 강간’을 하는 팬들을 비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예 주간지 피플은 “설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내내 자신의 페미니스트적 이상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그런 점이 보수적인 한국 사회를 사는 다른 동년배들과 구별됐다고 평가했다. 또 “설리는 연예계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그것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솔직하게 말했다”고 말했다.

앞서 빌보드도 설리를 (스타들이) 조용히 있을 것을 선호하는 산업에서 말을 했던 K팝 스타로 정의했다. 빌보드는 “설리는 K팝 스타들, 특히 여성들이 대중의 큰 반발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완전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떠났다”며 “거리낌 없고 자신만만한 설리의 생활방식은 한국 연예인들이 암묵적으로 지켜야 했던 엄격한 전통과 잣대를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리를 ‘페미니스트 파이터'(a feminist fighter)라고 했다. SCMP는 “브래지어를 벗은 설리의 모습은 여성들이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와 충돌하는 팝 아이돌 롤모델로서의 얌전함에 대해 국내 논쟁을 일으켰다”며”설리는 방송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맞섰고, ‘노브라 권리’를 당당히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설리는 매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적 목소리를 내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몇 안 되는 여성 엔터테이너였다”고 보도했다.

설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설리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자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여성의 속옷 착용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향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며 “시선강간이 더 싫다”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설리는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설리의 매니저는 전날 오후 6시 30분께 설리와 마지막 통화를 한 뒤로 연락이 되지 않자 이날 설리의 집을 방문했다가 쓰러진 설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고 비통할 따름”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설리의 사망을 공식화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빈소 및 장례절차는 모두 비공개로 결정했다. 하지만 설리를 너무도 사랑했던 팬들이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에 별도의 조문 장소를 마련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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