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부산 김지원 기자]
배우 전도연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생일’ 오픈토크에 참석했다.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전도연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생일’ 오픈토크에 참석했다.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전도연이 슬픈 장면을 연기할 때 자신도 “나도 사실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생일’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 전도연이 참석했다.

전도연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영화에는 순남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있다. 전도연은 “촬영에 들어가면 나 혼자 카메라 앞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 같다. 무섭고 두렵고 내가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한다”면서 “깊은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신일수록 모른 척 한다. 내 자신에게 슬퍼야한다고 최면을 걸면 나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 도망가고 싶어질 것 같다. 그래서 딴 짓하고 모른 척하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던진다. 잘하자보자 느끼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순남의 남편 정일을 연기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2001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전도연은 “내가 거절한 이후 설경구가 캐스팅 됐다는 기사를 봤다. 이 작품을 다시 하겠다고 생각한 건 좋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설경구가 내가 의지할 수도 있는 배우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설경구가 전도연을 피해다녔다는 이야기에 대해 전도연은 “순남이 고통스러운 모습을 많이 찍었는데 제 감정을 존중했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나를 지켜봐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마지막에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극 중 순남의 아들 수호의 생일을 기념해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진다. 전도연은 “무서운 신이었다. 촬영에 앞서 배우들이 대본리딩을 할 때 다들 너무 힘들어 해서 그 장면은 건너뛰자고 했다. 거기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이 무서워했던 신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누군가 울 때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기도 하면서 3일을 견뎠다. 다들 힘들었는데 서로 다독였고 이걸 우리가 해냈다는 마음에 동료애가 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 지난 4월 개봉해 119만 관객을 동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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