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씨름선수 황찬섭, 박정우, 손희찬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씨름선수 황찬섭, 박정우, 손희찬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KBS가 씨름판 ‘프로듀스 101’격인 ‘나는 씨름선수다'(가제)를 선보인다. 방송계에 따르면 KBS는 오는 11월 ‘나는 씨름선수다’를 제작, 방영키로 확정했다. 젊은 씨름선수들이 출전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나는 씨름선수다’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씨름 오디션’이 제작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19 추석장사 씨름대회’를 통해 다부진 몸과 아이돌 같은 얼굴로 주목 받은 일부 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청자들은 ‘씨름듀스’라는 별칭까지 만들어 방송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한국 프로 씨름은 백두급(140kg 이하), 한라급(105kg 이하), 금강급(90kg 이하), 태백급(80kg 이하)으로 나뉜다. ‘나는 씨름선수다’에는 4개 체급 중 경량급인 금강급과 태백급 선수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KBS는 매년 추석과 설날 연휴에 KBS1 TV를 통해 씨름대회를 중계했으나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1983년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시작으로 씨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만기, 강호동 등 대형 스타들을 낳았다. 하지만 1997년 IMF 사태 이후로 프로팀들이 해체되면서 씨름은 위기를 맞았다. 이후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 당하면서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추석을 기점으로 씨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거구인 백두급, 한라급에 비해 늘씬하고 탄탄한 몸을 가진 금강급, 태백급 등 경량급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기는 온라인에서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로 퍼지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덩달아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게 됐다. 씨름과 씨름 선수들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2019 추석장사 씨름대회’에 출전한 여러 선수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황찬섭(연수구청), 손희찬(정읍시청), 박정우(의성군청) 등 세 명이다. 이들은 큰 키와 근육질 몸매로 화려한 기술씨름을 구사하는 데다 얼굴까지 잘생겨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김원진, 황찬섭의 2018년 학산배 단체전 결승전 영상 캡처.
사진=김원진, 황찬섭의 2018년 학산배 단체전 결승전 영상 캡처.
지난해 8월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학산배 단체전 결승전에서 김원진과 황찬섭의 경기 장면은 유튜브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8년 8월7일 유튜브에 게재된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단체전 결승-김원진vs황찬섭’ 경기는 2일 오후 4시 현재 조회수 172만회를 넘어섰다. 좋아요 갯수는 4만1000을 돌파했다.

이 경기 영상 외에도 여러 씨름대회 경기 및 직캠,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들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있다. 특히 10~20대 이용자들이 “이 좋은 걸 할아버지만 보고 있었네” “몰랐는데 나 씨름 좋아하네” 등 웃음과 공감을 일으키는 댓글을 올리면서 기성세대의 스포츠였던 씨름 팬층이 확대되고 있다.

‘나는 씨름선수다’의 제작이 확정되면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이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 숨어있는 선수들을 찾으려는 움직도 나타나고 있다. ‘씨름선수는 뚱뚱하다’ ‘씨름은 어르신만 본다’는 등의 편견을 깨고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씨름이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꾸준한 인기를 보여줄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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