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래퍼 슬리피./ 이승현 기자 lsh87@
래퍼 슬리피./ 이승현 기자 lsh87@
래퍼 슬리피가 단수, 단전 등 생활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나서면서 전 소속사인 TS엔터테인먼트(TS)와의 갈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연예 매체는 23일 슬리피가 TS와 맺은 전속계약서, 통장 입출금 내역, 카카오톡 대화 등을 공개하며 슬리피가 활발한 활동을 했음에도 수년간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 힙합 듀오 언터쳐블로 정식 데뷔한 슬리피는 올해로 데뷔 13년 째다. 음악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온 래퍼다. 2000년대 국내 힙합 대표 크루 중 하나인 지기펠라즈에 속해 활동했고, 당시 언더그라운드에서 RM(현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보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연결해 주기도 했다. 차트를 휩쓸었던 히트곡도 여러 곡 보유하고 있다. 작년엔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다섯 개나 된다. 그만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터라 집이 단전, 단수될 정도로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슬리피가 2008년 TS와 체결한 전속계약은 아티스트보다 회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훨씬 크게 돼 있는 구조였다. 전속계약서에 따르면 정산 비율은 슬리피가 10%, TS가 90%다. 슬리피의 몫은 매출에서 비용을 제한 순이익의 10%였다. 기간은 7년. 정산 비율이 반대이거나 아티스트의 몫이 더 큰 다수의 힙합 회사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슬리피가 동의한 계약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을 터다.

본격적인 문제는 슬리피가 행사를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전 매니저는 행사 비용을 몰래 따로 받아 도망갔다고 한다. 이후 슬리피는 매달 110만 원을 약 3년 정도 빌리는 ‘대여금’ 제도로 생활했다. 2016년 슬리피는 계약을 5년 연장했고 그의 정산 요율도 45%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계약금을 60개월로 분할해 받기로 했고, 그마저 매달 입금이 아니라 임의로 입금되는 형식이라 불안정했다. 수도, 전기, 가스비 등은 연체됐고 월세는 계속 밀렸다.

슬리피는 TS의 비용 증빙 영수증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슬리피는 “회사에서 분기별 정산표를 보여줬다. 매출과 비용을 임의로 정리한 엑셀 파일 1장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제대로 된 정산내역서를 보지 못했다. 현 경영진이 임의로 작성한 몇 장만을 보여준 후 ‘다 보여줬다’고 하고 있으나 제가 활동해 번 출연료 등이 어떻게 쓰였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TS는 슬리피가 벌어들인 금액보다 지출이 더 크다며 오히려 적자라는 입장이다.

슬리피는 지난 4월 TS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5월엔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조정을 통해 TS와 결별했고 PV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TS는 횡령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TS는 슬리피의 생활고 폭로 이후 입장을 정리 중이다. 슬리피는 지난 20일 답답한 심경을 담은 신곡 ‘분쟁’을 발표하고 21일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도 올랐다. ‘분쟁’에는 TS에서 동고동락했던 그룹 B.A.P 출신 방용국이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슬리피는 ‘분쟁’에서 ‘진실이 묻힐까 두려워’라며 ‘대표님 이름에 또 먹칠하지 말어’라고 내뱉는다. 여기서 ‘대표님’은 고인이 된 TS의 김태송 전 대표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산은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장기적인 관계를 위한 기본이다. 슬리피와 TS와의 해묵은 분쟁이 진실과 함께 청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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