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벤허’의 공연 장면. / 제공=뉴컨텐츠컴퍼니
뮤지컬 ‘벤허’의 공연 장면. / 제공=뉴컨텐츠컴퍼니
뮤지컬 ‘벤허'(연출 왕용범)가 2017년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올린 두 번째 공연으로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벤허’는 작가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웅장한 무대 연출과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 배우들의 열연이 ‘벤허’를 본 관객들이 꼽는 관람 포인트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압축한 무대 구성, 누구나 고민해볼 법한 정서와 메시지, 배우들의 프로페셔널한 연기는 2년 만에 돌아온 ‘벤허’를 다시 한 번 흥행궤도에 올려놨다는 평이다.

‘벤허’에서 가장 먼저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객석을 압도하는 웅장한 규모의 무대다. 막이 오르며 관객들을 서기 26년 제정 로마 시대로 이끄는 ‘벤허’는 극의 배경적 특색과 역동적 스토리 라인을 다양한 무대장치로 구현해 극 전체의 몰입감을 더했다. 단연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히는 벤허와 메셀라의 전차 경주 장면은 좌우로 빠르게 회전하는 무대 위, 8마리 실제 크기의 말과 두 대의 마차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돼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회전 무대는 전차 경주 장면뿐 아니라 메시아가 골고다 언덕을 향해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벤허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십자가를 진 메시아와 마주하기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회전 무대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몰입을 이끌어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영상효과와 시각 장치는 무대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촘촘한 서사를 완성시키며 방대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또 다른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에 있다. 독창적 무대 구성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중적이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벤허’는 삶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벤허를 배신해 그가 가족을 잃고 귀족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하게 만드는 메셀라는 벤허와 대척점에 선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물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면 ‘벤허’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벗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저한 복수심으로 메셀라와 맞붙는 벤허, 어릴적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메셀라는 어느 하나로 성격을 특성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며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갈등과 선택, 극에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인간상은 복수와 용서, 희망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극의 후반부 희망이라고 믿었던 메시아와의 만남에서마저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벤허의 눈물을 통해 마지막 순간 관객들은 한번 더 극의 메시지를 곱씹어보며 긴 여운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배우들의 열연도 ‘벤허’를 꼭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번에 처음 ‘벤허’에 참여한 한지상, 초연에서 메셀라 역을 맡았다가 이번에 벤허로 돌아온 민우혁, 초연에서 벤허 역을 매끄럽게 소화한 카이, 최근 합류한 박은태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앙상블의 활약도 ‘벤허’의 백미로 꼽힌다. 초연 당시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앙상블 상을 수상한 ‘벤허’의 앙상블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극찬 일색이다.

객석을 단숨에 집중시키는 완벽한 군무와 액션 신, 눈과 귀를 사로잡는 다양한 장르의 안무와 노래 역시 ‘벤허’에서만 만날 수 있다. 노수, 노예 등으로 분한 한 명 한 명의 격정적 연기는 독립을 꿈꾸며 희망을 부르짖는 유대인들의 감정에 몰입을 더했으며, 앙상블의 하모니가 내뿜는 폭발적 에너지와 웅장함은 앙상블 상에 빛나는 무대를 선사해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의 방대한 서사를 드라마틱한 연출과 수려한 선율로 압축해낸 ‘벤허’는 2년 만의 재연에서 14곡의 넘버(뮤지컬 삽입곡)를 추가하며 관람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새롭게 추가된 넘버 중 벤허가 부르는 ‘살아야 해’는 벤허의 결단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벤허’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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