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고 장자연-윤지오./ 사진=텐아시아 DB
고 장자연-윤지오./ 사진=텐아시아 DB
배우 고(故) 장자연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추행 행위를 봤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증인인 동료 배우 윤지오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의 죽음 이후 제기된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10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지만, 법원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과거 판단을 뒤집고 조모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조씨가 2008년 8월 5일 장씨 소속사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인 윤지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가 2009년 경찰과 검찰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목한 가해자가 바뀐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 당시 윤씨는 애초 장씨를 추행한 인물에게 “언론사 대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모 언론사의 홍모 회장을 가해자로 지목했다가 나중에 조씨를 지목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자리에 있던 남성 4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조씨를 추상적으로라도 지목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면전에서 추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는 윤씨가 7개월 뒤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더라도 ‘일행 중 처음 보는 가장 젊고 키 큰 사람’ 정도로 지목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사를 받던 도중에 홍 회장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자 윤씨가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과정에도 의문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소속사 대표는 오해받는 것을 두려워해 장씨 등이 술도 따르지 않도록 관리했다고 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추행이 벌어졌다면 최소한 피고인이 강한 항의를 받았어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지오가 홍모 회장이 참석했다고 진술했다는 말을 경찰로부터 듣고는 (홍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참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했다”며 “이런 정황을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동을 했으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윤지오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정도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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