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프로듀스 X101’ 포스터. / 사진제공=Mnet
‘프로듀스 X101’ 포스터. / 사진제공=Mnet
‘프로듀스 X 101’ (이하 ‘프듀X’)의 투표 조작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팬들의 제작진 고소·고발이 예고되면서 프로그램을 넘어 방송사에 대한 신뢰까지 하락하고 있다. 확실하지 않은 제작진의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고, ‘프듀X’ 데뷔 그룹인 엑스원까지 ‘조작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안고 출발할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1일 ‘프듀X’의 생방송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해 서울 상암동 CJ ENM 내 ‘프듀X’ 제작진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경찰은 Mnet의 수사 의뢰에 따라 ‘프듀X’ 제작진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투표 결과 및 조작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팬들로 이뤄진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오후, 늦어도 내일(1일) 프로그램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송법,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 중이다.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 조작 의혹과 관련해 Mnet에 대해 시청자 투표 데이터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Mnet은 이를 거부했고 진상규명위는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하기로 했다.

‘프듀X’와 관련된 투표 조작 논란은 지난 19일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의 최종 멤버를 뽑는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불거졌다. 시청자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 유력 데뷔 주자로 예상된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됐던 것. 더욱이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면서 의혹은 더욱 거세졌다.

제작진과 방송사의 미온적인 초기 대응도 논란을 키웠다. Mnet은 논란 발생 닷새 만에 사과문을 내놨지만 부실한 해명에 분노는 더 커졌고, 결국 Mnet이 ‘프듀X’의 제작진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Mnet 은 “수사 결과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Mnet ‘프로듀스X101’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 / 사진제공=엑스원 인스타그램
Mnet ‘프로듀스X101’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 / 사진제공=엑스원 인스타그램
‘프듀X’ 조작 의혹이 거세지면서 최종 선발돼 오는 8월 27일 서울 고척돔에서 데뷔를 앞둔 엑스원(X1)도 논란의 유탄을 맞고 있다. 프로그램이 조작 의혹을 받고있기에 데뷔를 미뤄야한다는 주장과 프로그램과 별개로 엑스원은 그대로 데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데뷔를 보류하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엑스원 팬덤과 ‘프듀X’ 파생그룹인 바이나인, 포에버원 등 팬덤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마지막 생방송에 진출한 연습생 20명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모여 엑스원을 데뷔시키기로 뜻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기싸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진상규명위와 별개로 일부 팬들은 엑스원의 활동을 반대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엑스원을 지지하는 팬들은 ‘엑스원 팬 연합’을 구성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엑스원을 둘러싼 CJ ENM과 엠넷의 대처를 납득할 수 없다”며 “조작 논란의 형사고소 진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언론 노출로 인한 대중의 반감과 향후 소송 결과가 미칠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활동을 강행하는 양사의 판단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작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데뷔하면 조작돌이라는 이미지를 덮어쓰게 된다는 것이다.

‘프듀X’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기획 의도 역시 국민이 뽑는 아이돌을 만드는 것이었고,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라 부르며 참여를 유도했다. 투표로 데뷔가 결정되기 때문에 공정해야 할 프로그램이 투표 및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원본 데이터 공개다. ‘프듀X’ 투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원본데이터를 공개해서 조작인지 아닌지를 밝히고, 조작이라면 유료 투표를 보상하고 그에 따른 처벌도 받으면 된다. 자꾸만 늦어진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팬들뿐만 아니라 데뷔의 꿈에 젖어있을 데뷔조 연습생들이다. Mnet과 ‘프듀X’ 제작진이 하루 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팬들의 의혹과 상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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