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한도경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동준. / 이승현 기자 lsh87@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한도경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동준. / 이승현 기자 lsh87@
“참 영광이고 복받은 것 같아요.(웃음)”

그룹 제국의아이들(ZE:A) 출신 배우 김동준에게 소지섭과 송승헌에 이어 이정재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2012년 영화 데뷔작 ‘회사원'(감독 임상윤)으로 소지섭을 만났고, 2017년 미스터리 장르의 OCN 드라마 ‘블랙'(극본 최란, 연출 김홍선)에선 송승헌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13일 시즌1을 마친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극본 이대일, 연출 곽정환, 이하 ‘보좌관’)에서는 이정재를 동경하는 한도경 역으로 열연했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룬 이 드라마에서 김동준은 송희섭(김갑수 분) 의원실 인턴으로서, 꿈을 키우며 당차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했다.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총기 있는 눈빛과 소심하지만 할 말은 하는 캐릭터다. 김동준은 인턴으로 첫 출근한 드라마의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에 띄었다.

지난 12일 시즌1의 종영을 앞두고 서울 신사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동준은 “바쁘게 달려와서 벌써 시즌1이 끝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감독님, 선배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연기의 답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극중 장태준(이정재 분) 같은 보좌관을 꿈꾸는 서른 살의 한도경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고 국회의사당 역에서 내려보고, 몇 시간씩 길을 걸으며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을 관찰했다고 했다. 사회 초년생의 느낌을 내기 위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도 따로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 김동준. / 제공=메이저나인
배우 김동준. / 제공=메이저나인
배우 김동준. / 제공=메이저나인
배우 김동준. / 제공=메이저나인
“촬영 전부터 곽정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드라마가 정치에 관련된 내용인 만큼 명확하게 알아야 된다고 하셔서, 법안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써서 리포트 형식으로 제출했습니다.(웃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산다는 걸 느꼈어요. 몰랐던 부분도 많아서 반성했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한도경이 장태준을 동경하게 된 건 자신의 아버지가 일을 하다가 다쳤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고생할 때 유일하게 장태준이 도움을 줘서다. “장태준 같은 사람이 돼야지”라는 꿈을 안고 공무원 준비 대신 국회의원 보좌진 면접 준비에 열을 올렸다. 남다른 열정 덕분에 결과는 합격. 한도경과 마찬가지로 김동준도 이번 기회로 정치와 법안, 세상 사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많이는 모르지만 조사하고 공부를 하니까 법안이 하나 통과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구나, 알게 됐어요.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죠. (한)도경이처럼 저도 곧 서른이 되는데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자책도 했고요. 어째서 감독님이 많이 알아봐야 한다고 했는지도 알았습니다. 감독님도 작품을 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달라질 때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많이 알아야겠구나…싶었죠.”

현재 스물일곱 살인 김동준은 2010년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할 당시 18살이었다. 그는 “춤과 노래, 연기하기 바빠 내 삶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등한시한 게 아닌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보좌관’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보좌관’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김동준은 촬영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움의 장이었다고 자평했다.

“첫 대본 연습 때 영화 보는 것 같았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난 사람들이 눈앞에 있으니까…여기에서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극 전체를 보면서 연기하는 이정재 선배님을 보면서 감탄했죠.”

그는 “장태준을 우러러보는 한도경과 이정재를 바라보는 김동준의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장태준을 동경해 꿈을 키운 한도경처럼, 김동준도 이정재가 나온 작품을 보면서 그를 존경해왔다. 촬영 초반에는 제대로 말도 붙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도경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그런 감정을 애써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이정재 선배님께 밥을 사달라고 했어요. ‘나를 배려한다고 네가 할 연기를 못하면 안 된다. 내 생각 하지 말고 네 연기를 거침없이 하고, 불편한 점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하셨어요. ‘잘하고 있다!’고 힘도 주시고, ‘많은 작품을 해보고 길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도 해주셔서 새겨들었습니다.”

JTBC ‘보좌관’ 방송화면.
JTBC ‘보좌관’ 방송화면.
소지섭과 송승헌, 이정재까지 역대의 청춘스타들을 만나면서 김동준은 이들이 여전히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연기는 물론이고 사람으로서도 참 존경해요. 저에겐 영광이고 복받은 거죠.(웃음) 소지섭 형은 항상 ‘좋은 사람이 돼보자,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보자’라는 말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좋은 사람이 되자는 꿈을 가졌죠. 선비 같은 형이에요.(웃음)”

그는 “촬영장 전체를 이끌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보좌관’을 하면서 김갑수, 김홍파, 정웅인, 이철민 선배님까지 모두에게 좋은 힘을 얻었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변화를 겪고 나면 저도 선배님들에게 받은 만큼 다름 사람에게 돌려줄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제국의아이들에서는 유독 연기자로 자리 잡은 멤버들이 많다. 영화 ‘변호인’을 통해 ‘1000만 배우’로 떠오른 임시완과 미스터리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는 박형식도 있다.

“우리도 신기해요.(웃음) 가족 같은 형들이 연기자로 잘 돼서 든든하고 좋아요. 더 쉽게 물어볼 수 있어서 좋고요. 최근 전역한 (임)시완이 형에게도 ‘보좌관’을 잘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감독님과 많이 얘기하라’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주관도 확실하고 똑똑했던 형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더 할아버지 같아요.(웃음) 항상 얘기 잘 들어주고 성심성의껏 답해줘서 고맙죠.”

‘보좌관’의 시즌1 마지막 회에서 한도경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시장 상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장태준에게 크게 실망했다. 동경했기에 더 큰 분노를 느낀 그는 주먹을 움켜쥐며 시즌2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완벽한 건 없지만 누군가 제 연기를 보고 ‘맞아, 나도 저렇지’라고 느낀다면 성공에 가까운 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즌2에서는 도경이의 성장과 발전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기대해주세요!(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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