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송대관, 홍진영, 신유, 김양 등과 작업한 작곡가 팀 플레이사운드의 알고보니 혼수상태(왼쪽)와 김지환./ 이승현 기자 lsh87@
송대관, 홍진영, 신유, 김양 등과 작업한 작곡가 팀 플레이사운드의 알고보니 혼수상태(왼쪽)와 김지환./ 이승현 기자 lsh87@
[연예:인싸]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계에서 핫한, 스타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펼치는 인터뷰.

한 사람은 드라마 OST를 주로 만들었고, 또 한 사람은 흥을 돋우는 트로트를 주로 만들었다. 음악 취향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작곡가 두 사람이 팀을 결성했다. 송대관부터 홍진영, 신유, 김양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곡을 썼다. 최근에는 시청률 50%에 육박하며 종영한 KBS2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OST를 프로듀싱했고, TV조선 ‘미스트롯’에서 4위를 차지한 정다경을 트레이닝했다. 트로트 시장에서 가장 핫하고 젊은 작곡팀 플레이사운드(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지환)다.

10.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알고보니 혼수상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클래식을 공부하다가 조성모 선배 음악에 빠졌다. 선배에게 주고 싶어서 중학교 때부터 곡을 썼다. 하지만 굉장히 오래 걸렸다. 2005년에 그룹 페이지의 ‘다시 사랑해줘요’를 통해 작곡가로 데뷔했는데, 13년이 지나서야 곡을 드릴 수 있었다.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OST ‘매일 사랑 매일 이별 매일 그리움’이다.
김지환: 어릴 때 독학으로 피아노를 쳤다. 교회에서 반주를 했고, 피아노로 입시 준비를 했는데 전공을 잘못 선택해서 작곡과로 가게 됐다. 고3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생각하며 ‘샤방샤방’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트로트보다 보사노바풍에 가까웠다. 대학교 1학년 때 이 곡이 벅스뮤직 뮤지션 발굴프로젝트에서 수상 했다. 이후에 입대했는데 훈련소에서 ‘빠라빠라’ ‘곤드레 만드레’로 인기 절정을 누린 박현빈 형이 ‘샤방샤방’으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기했다.

10. 두 사람이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알고보니 혼수상태: 박현빈 형의 ‘샤방샤방’을 만든 지환이는 이미 유명했다. 첫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김지환: 나도 형을 잘 알고 있었다. 홍진영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편곡했고, 가요계에선 OST로 유명했다. 서로 얼굴을 모를 때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다. 내가 어떤 관계자랑 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통화를 하더라. 트로트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사기꾼인 줄 알았다. ‘이 사람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형은 태진아 선생님과, 나는 송대관 선생님과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10. 어쩌다 팀을 이뤄 활동을 시작했나?
김지환: 오래전부터 형에게 호감이 있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정말 운명처럼 만난 것이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서로 찾고 싶던 때에 만나게 됐다. 자연스레 마음이 통했고 3년 전부터 플레이사운드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10. 3년 동안 어떤 곡들을 함께 작업했나?
알고보니 혼수상태: 송대관의 ‘한 번 더’, 홍진영의 ‘눈물비’, 금잔디의 ‘나를 살게 하는 사람’, 한혜진의 ‘그리워라’, 신유의 ‘오르락 내리락’, 최근 박주희의 ‘청바지’와 김양의 ‘흥부자’ 등을 만들었다. 운이 좋게도 단기간에 좋은 가수들을 만났다.

10.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해서 좋은 건 뭔가?
김지환: 공동작업을 하는 작곡가 팀이 여럿 있지만, 성인 가요 쪽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내가 만든 멜로디는 비교적 밝고 직선적이다. 반면 형이 만든 멜로디는 슬프고 곡선적이다. 한 곡에 밝음과 슬픔이 다 있다.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음악 스타일이 합쳐지니 다양한 색깔의 곡이 탄생했다. 그런 면에서 혼자일 때보다 큰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트로트를 만드는 사람 중 가장 젊다. 두 사람 다 뻔한 걸 싫어한다.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개성 있는 곡이 나올까 함께 고민한다. ‘아모르파티’ 같은 곡이 좋은 자극제가 된다. 김양의 ‘흥부자’는 트로트에 1970년대 밴드 사운드를 입혀 ‘밴드 트로트’라는 장르로 만들었고, 박주희의 ‘청바지’도 기본 바탕은 트로트지만 과거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나올 법한 복고 분위기의 감성을 접목했다. 획일화된 트로트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10.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나?
알고보니 혼수상태: 각자 추구하는 음악 색깔이 워낙 달라서 쉽지 않았다. (웃음) 어느 날 밝은 분위기의 가수가 왔는데, 지환이를 믿고 가니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슬픈 노래는 내가 주도하니 잘 되더라. 그러면서 서로에게 믿음이 생겼다.
김지환: 사실 공동작업이라는 게 어렵다. 믿음도 있어야 하지만 욕심도 없어야 한다.

10. 평균적으로 1년에 몇 곡 정도를 발표하나?
김지환: 80곡 정도를 발표한다. 특히 알고보니 혼수상태 형은 잠도 안 잔다. 제발 잠은 좀 자가며 일했으면 좋겠다.

10. 80곡이면 저작권료가 상당할 것 같은데?
김지환: 저작권료가 월급이랑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일정하지 않다. 함께 만든 노래 외에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곡을 따졌을 때, 어떤 때는 발라드를 주로 만든 형에게 돈이 많이 들어 올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신나는 노래를 주로 만든 나에게 많이 들어 올 때가 있다. 계절 같은 걸 탄다. 선거 같은 게 있으면 목돈도 들어온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작곡가가 대단히 많은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작곡을 하겠다는 친구가 있다면 공부하는 게 낫다고 말해주고 싶다. 히트곡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많은 작곡가가 낮에 아르바이트하고, 밤에 곡 써가며 힘들게 살아간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지, 로또 맞을 기대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작곡가 팀 플레이사운드(알고보니 혼수상태-김지환)는 “공동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믿음도 중요하지만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lsh87
작곡가 팀 플레이사운드(알고보니 혼수상태-김지환)는 “공동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믿음도 중요하지만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lsh87
10. 곡을 만들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
김지환: 성인가요를 하니 일단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내가 만든 곡을 노래 교실에서 배웠다며 행복하다고 하시더라.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가 흥얼거리실 때 뭔가 뿌듯하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신유 6집 앨범에 수록된 ‘토닥토닥’이라는 곡은 세월호가 터졌을 때 만든 노래다. 아들 딸을 먼저 보낸 한 부모님이 ‘큰 위로가 된다’며 편지를 보내주셨다. 그 전에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곡 하나를 쓰더라도 사명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10. 고충이 있다면?
김지환: 성인가요를 주로 만들다 보니 나이 많은 선배들과 작업 할 때가 많다. 이쪽에선 어린 나이기 때문에 세대 차이를 좁히지 못해 어려울 때가 있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작곡계가 생각보다 좁은 편인데 경쟁 구도 안에서 시기와 질투가 많다. 꽃들이 앞에서도 아름답게 피고, 뒤에서도 아름답게 펴야 꽃밭이 아름답지 않나. 더 다채로운 음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다 같이 윈윈하고, 서로 응원해줘야 한다.

10.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이 큰 화제가 됐다.
김지환: ‘미스트롯’에서 4위를 한 정다경을 트레이닝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봤다. (웃음) 트로트는 40대 이상 중년부터 어르신들이 즐겨 듣는 음악으로 인식돼 있었다. 이른바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번 방송을 통해 젊은 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 기쁘다.

10. ‘미스트롯’ 출연자들 가운데 특별히 곡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
알고보니 혼수상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다경에게 애정이 간다. 그 친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정통 트로트, 세미 트로트 모두 다 잘 하는 친구다. 개인 무대에선 1등을 했는데 시청자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아쉽게 떨어졌다. 우리에겐 뮤즈 같은 친구다.

10. ‘미스트롯’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연 김양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양 누나는 5년 전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처음 봤다.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로 지냈는데, 최근에 연락이 닿았고 ‘흥부자’의 주인이 됐다. 주인을 정말 잘 만난 것 같아 기쁘다.

10. 벌써 5월도 절반이 지났다. 올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알고보니 혼수상태: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 제작이 확정됐다. 솔직히 ‘미스터트롯’ 제작진에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패널로 출연하고 싶다. 송대관 선생님부터 신유, 김양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과 작업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저희는 준비가 돼 있다. (웃음)

10.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지환: 우리 두 사람 모두 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하다. 형은 집안이 힘들 때 피아노를 공짜로 배웠단다. 그래서 미래에 피아노 재단을 설립하는 꿈을 갖고 있다. 나도 보육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회복지 공부도 마쳤다. ‘아이들이 피아노 치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꿈이 뚜렷하다. 그 꿈을 위해 지금처럼 쭉 함께 갈 생각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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