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2트랙으로 채운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우효./ 조준원 기자 wizard333@
12트랙으로 채운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우효./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싱어송라이터 우효가 약 3년 6개월 만에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를 발표했다. 우효는 여린 목소리와 동화 같은 가사로 슬픈 정서를 노래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가녀린 목소리에 담긴 깊은 우울감과 세련된 사운드의 조화는 그 자체로 위로였다.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에서는 라틴 장르의 트랙 등 색다른 시도로 음악에 새로움을 입혔다. 2014년 데뷔 이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우효만의 감성이 더욱 깊어졌다.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재즈 클럽에서 만난 우효는 “앨범의 절반은 그간 많이 발매했던 스타일이고, 나머지 절반은 생소하게 느낄 만한 트랙들로 채워졌다”고 소개했다.

우효는 2017년 여름 영국의 런던시티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로 들어와 줄곧 앨범 작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우효는 “지난 3~4년 동안 런던, 마드리드 등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동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앨범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듣거나 사람들을 집단으로 봤을 때 조금은 미쳐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성범죄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성의 다양성을 추구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 과격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죠. ‘A Good Day’라는 트랙에서는 이처럼 자신이나 사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우효는 ‘A Good Day’에서 “세계가 ‘새로운 것’에만 집착할 때, 나는 한밤중에 울부짖는다” 와 같은 가사로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발생하는 가운데 느꼈던 감정을 표현했다.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에는 트랙마다 각자 다른 영감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소하지만 독특하다. 이 소재들을 우효는 어떻게 수집했을까.

“미디어를 통해서도,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도 굉장히 많이 접했어요. 젊은이들이 꿈은 갖고 있는데도 실현하기 어려우니까 스스로 꿈에 대해 무감각해지려는 경향, 혹은 좌절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많이 보게 됐거든요.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의 주된 영감을 얻었어요.”

우효의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의 커버./ 사진제공=문화인
우효의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의 커버./ 사진제공=문화인
타이틀곡인 ‘테니스’는 게임 속에서만 테니스 스타가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우효가 느낀 젊은이들의 좌절을 표현했다. 우효는 “친오빠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빠가 회사에 다니면서 특히 게임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웃음) 게임을 통해서라도 이루지 못한 꿈을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게임 속에서 너무 행복해하고, 게임 밖보다 안의 세상을 편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하면서 ‘테니스’를 만들게 됐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이뤘지만, 저도 원하는 걸 언제나 할 수 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꿈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말들, 그 말에서 느꼈던 감사함을 노래했죠.”

또 다른 타이틀곡인 ‘토끼탈’은 ‘내 인생에 행운 같은 건 없어요’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토끼탈’은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OST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은 후 만든 노래라고 그는 설명했다.

“여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요. 그 중에서도 토끼탈을 쓰는 아르바이트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 스스로도 워낙 꿈이 많고, 상상하는 것도 많아서 아직 못 이룬 꿈들이 많거든요. 제가 늘 불행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가사 속 주인공처럼 행운이 없다고 느낄 만한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이 가요.”

우효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아직 제 공식 밴드 세션이 없어요. 제가 편안하게 느끼고 협동해서 음악을 만드는 밴드가 있다면 좀 더 공연을 활발하게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신스팝 장르로 전자 사운드가 많은 음악을 주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연의 소리에 가까운 사운드를 보여주고 싶어요. 창법을 달리하고 악기 구성도 단촐하게 한 곡을 만들고 싶어요.”

우효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때묻지 않은 듯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감성이 변함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라면’은 “주변 사람들에게 라면 먹는 것을 조심하라는 마음을 곡을 통해서라도 울려 퍼지게 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라고 했다. 마지막 트랙인 ‘울고있을레게’는 이득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어른스러운 표현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우효는 뮤지션을 넘어서 좋은 창작자가 되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음악 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다 좋고, 참여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집필을 해본 적은 없지만 단편을 써본 적은 있어요. 어린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쉬운 말투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 같은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우효.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와 같은 새 앨범 제목처럼 그는 화가 나 있는 도시로부터 조금은 달아났을까.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고 했으니 정말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도시와 애증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그 이중적인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밴드 중에 ‘switchfoot’이라는 밴드가 있어요. 해변에서 많이 활동하고 서핑을 좋아하는 성향을 음악에 녹여냈죠. 저도 언젠가는 자연친화적이고 아날로그에 가까운,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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