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노조가 28일 오후 ‘SBS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기 규탄 피켓팅’을 SBS 목동 사옥에서 열고 성명서를 냈다. /이승현 기자 lsh87@
SBS노조가 28일 오후 ‘SBS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기 규탄 피켓팅’을 SBS 목동 사옥에서 열고 성명서를 냈다. /이승현 기자 lsh87@
SBS가 지난달 노사-대주주 수익구조 정성화를 합의한 지 한 달 만에 또 다시 갈등을 노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는 28일 오후 ‘SBS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기 규탄 피켓팅’을 SBS 목동 사옥에서 열고 성명서를 통해 “SBS 이사회는 소유 경영 분리의 대국민 약속에 반하는 이사회 의장 교체와 조직 개편 시도를 중단하라. 방송 장악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노사합의 파기와 대국민 사기로 규정하고 방송 독립과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결연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BS노조는 “SBS 경영진이 고유 권한을 불법적으로 침해해 최측근들로 자회사 SBS콘텐츠허브 이사회를 장악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노골적으로 SBS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날 오후 예정된 SBS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 교체와 윤석민 직할 통제를 위한 조직개편안이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의장인 SBS 대표이사 박정훈 사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자신의 아바타인 사외 이사 1인을 의장으로 내세울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태영건설은 SBS 대주주이자 SBS 모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사전 정보를 파악한 사측이 노조가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건물 일부를 봉쇄해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SBS는 20층 사장실 앞에 모인 노조 조합원을 격리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20층으로 통하는 길을 모두 봉쇄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1층 로비와 20층으로 분산됐다.

윤창현 노조 본부장은 집회에서 “방송 공공성을 위해 쓰여야 할 자본이 SBS콘텐츠허브 등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바로잡고자 지난달 20일 노사-대주주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에는 SBS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SBS로 넘기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윤 본부장은 “2단계로 약속된 시점에 유통 기능까지 SBS로 내재화하기로 비공개 합의했는데, 그것을 위해선 SBS와 SBS콘텐츠허브 이사회, 그리고 주주총회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 윤 회장의 인사 개입 등 행위를 보면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집회에는 참석한 오정훈 전국언론노조위원장도 “SBS가 민영언론이지만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싸워야 한다. 소유와 경영 분리는 언론사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이라며 “윤 회장의 최근 행태는 SBS를 사유화하려는 재벌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사회는 이날 회의 안건에서 의장 선임은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략기획실 내 자산 개발과 경영기획 기능을 경영본부로 옮기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은 그대로 상정됐다. 이에 대해 윤 본부장은 “윤 회장 비서 노릇을 하는 경영본부장을 고려하면 조직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망가뜨리고 윤 회장이 전략 기능 자체를 컨트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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