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눈이 부시게’ 방송화면 캡처. /
JTBC ‘눈이 부시게’ 방송화면 캡처. /


혜자의 뒤엉킨 기억 조각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애틋한 한 사람의 일생을 비췄다.

1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김수진, 연출 김석윤)는 전국 시청률 8.5%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뛰어 넘었고, 수도권 기준 10.7%를 찍었다.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며 ‘월화극 최강자’로 떠올랐다. 2049(20세~49세) 타깃 시청률에서도 5.6%를 나타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김혜자)의 뒤엉킨 기억들이 하나의 그림을 맞춰나갔다. 빛나는 청춘과 절절한 사랑, 애틋한 가족애와 여전히 뜨거운 우정까지 빼곡한 삶의 파노라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혜자(한지민)와 준하(남주혁)의 진짜 이야기가 담겼다. 혜자가 자해하려던 준하를 말리면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씩씩한 혜자와 눈치 없는 준하의 로맨스는 미소를 짓게 했다. 눈치 없고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준하의 프러포즈를 받으며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준하는 혜자에게 반지를, 혜자는 준하에게 시계를 각각 선물했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은 없지만 혜자와 준하의 눈부신 시간이 담겨있는 시계였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혜자의 평생 절친 현주(손숙)와 이름을 윤복희로 바꾸고 가수로 성공한 상은(윤복희)과의 우정은 여전히 끈끈했다. 아들 대상(안내상)과는 여전히 거리가 느껴졌지만, 살가운 며느리 정은(이정은), 건실하게 성장한 손자 민수(손호준)가 곁에 있었다. 이혼 서류를 준비했던 정은의 손을 잡으며 “난 네가 무슨 결정을 하던 네 편”이라고 말해주는 혜자는 기억이 온전할 때나 현실에서나 정은을 울렸다.

시간은 현실에서도 혜자의 편이 아니었다. 진행을 늦추며 상태를 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의사 상현(남주혁)의 소견대로 요양원에 모시고 있었지만 증세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딸처럼 여겼던 정은을 기억에서 지운 혜자에게 다시 섬망 증상이 찾아왔다. 무서운 얼굴로 지하실을 보다가 잠든 시계 할아버지(전무송)의 병실에 숨어들어가 노려보는 혜자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긴장감을 높였다.

혜자의 뒤엉킨 기억이 맞춰졌다. 혜자의 현재와 상상, 추억이 하나의 퍼즐처럼 짝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따뜻한 웃음과 여운을 안겼다. 여전히 한심한 오빠 영수와 든든한 손자 민수, 뜨거운 우정을 과시하는 평생 절친 현주와 상은, 얼굴은 무섭지만 마음 약한 간호사 희원과 그를 구박하는 실장 병수, 큰 웃음을 자아낸 18학번 자원봉사자 우현, 준하와 꼭 닮은 의사 상현까지 절묘한 반전과 애틋한 기억이 공존했다. 손숙과 윤복희의 특별 출연은 의미까지 더했다.

김혜자의 알츠하이머 연기는 지금까지와 또 다른 결로 가슴을 찔렀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스물다섯과 70대를 아우르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김혜자. 현실로 돌아온 혜자는 사실적인 연기로 깊이를 더했다. 쓸쓸함을 담은 눈빛과 공허한 표정은 기억을 잃어가며 일생을 돌아보는 혜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뒤엉킨 기억과 현실을 잇는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 가운데 시계 할아버지의 정체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혜자가 준하에게 선물한 시계를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의 정체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섬망 증상이 온 혜자의 분노가 서린 표정은 심상치 않은 인연을 암시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날 최종회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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