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지오 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배우 윤지오 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텐아시아=김명상 기자]고(故)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윤지오 씨. 10년 만에 용기를 내 나섰지만 현재 어떠한 신변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장자연 사건의 진실 규명에 나선 윤지오 씨는 발이 닳도록 뛰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외롭다. 윤지오 씨는 줄곧 신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윤씨는 7일 KBS뉴스 생방송 중 앵커가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도 있었는지를 묻자 “사실상 주목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임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 어떠한 신변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여서 말씀을 섣불리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지오 씨가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도 당연하다. ‘장자연 리스트’에 적힌 가해자의 이름들은 모두 사회지도층이며 굴지의 언론 재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실규명에 나섰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를 넘어 ‘목숨을 건 용기’에 가깝다. 경찰도, 검찰도 어쩌지 못하고 사건을 무마해 버렸다. 지난 10년 동안 검·경의 대표적 ‘부실 수사’ 사례로 꼽히는 것이 장자연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씨가 불안에 떠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가 윤지오 씨를 적극 보호하겠다며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말’은 하고 있다.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7일 장자연 사건을 재조명하며 “고 장자연 씨 사건은 성매매, 성폭력이 어떤 세계에서는 ‘문화’였음을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8일에도 윤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서 “과거도 현재도 저는 법적으로 신변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홀로 불안한 마음으로 귀국하여 줄곧 인터뷰를 준비하고 응했습니다”라고 썼다.

특히 윤씨는 “정작 관심을 가져주시고 힘써주시길 소망했던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는 저의 이런 호소적인 인터뷰에도 관심이 없으신 듯합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사진)을 전했다.

지난 10년간 논란이 된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가 나타났음에도 여가부나 여성단체가 윤씨의 신변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여성단체가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 및 젠더 관련 이슈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아할 정도다.

윤지오 씨는 홀로 어려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가부와 여성단체가 ‘말 잔치’보다 ‘바위를 치려는 달걀’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이를 통해 보다 명확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숨어 있던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야 한다.

그 효과는 비단 윤지오 씨 한 명에게 그치지 않는다. 용기를 내서 진실을 밝히려는 여성들이 윤지오 씨를 보며 자신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고통받고 있을 여성들이 윤씨의 사례에 용기를 얻어 양지로 나온다면 ‘제2의 장자연’ 씨와 같은 희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고 장자연 씨의 비극은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압축판이었다.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힘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추악한 성범죄에 가담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비관적인 처지를 알릴 방법이 죽음밖에 없었다. 특히 여성단체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에게 있어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존재다. 윤지오 씨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를 기대하는 이유다.

한편 윤지오 씨는 ‘확실한 보호가 이뤄진다면 보다 명확한 증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그녀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SNS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또 한 여성으로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10년을 숨죽여 살아왔습니다. 국민청원 23만5725명의 동의로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지난 10년간 증인으로 살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보호가 이뤄진다면 보다 명확한 증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호를 과연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움을 호소합니다”라고 적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