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사진제공=메가몬스터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사진제공=메가몬스터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는 장소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붉은 달 푸른 해’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제작진에 따르면 장르물 주로 집필한 도현정 작가는 촘촘한 스토리 속 곳곳에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숨겨 놓았다. 휘몰아치는 스토리에 몰입하다, 의식 못하고 지나쳤던 단서들이 재등장할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것.

이런 의미에서 ‘붉은 달 푸른 해’ 속 장소들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적 측면뿐 아니라 스토리 전개, 극의 분위기까지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장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차우경은 녹색소녀가 가리킨 곳으로 향하다가 한울센터 창고에 들어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창고 안에는 사망한 채 그대로 굳어버린 미라 여인이 있었다. 미라 여인은 딸과 노숙생활을 하며, 딸을 방임한 무책임한 엄마였다. 어둡고 습한 공간. 그 안에서 아이가 느꼈을 차가운 공포와 외로움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창고라는 공간을 통해 배가됐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파렴치한 개장수 고성환(백현진)의 개농장이다. 고성환은 한울센터 창고에서 발견된 미라 여인의 전남편이자, 그녀의 딸 하나의 친부였다. 고성환은 아내와 딸을 학대한 것도 모자라, 태어난 아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뒤 땅에 묻어버렸다.

한적한 산 속에 위치에 쉽사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 개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공간. 도살이라도 하는 듯 곳곳에 핏자국이 얼룩져 있는 공간. 누군가 처절한 폭력과 학대에 시달려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성환의 개농장은 시청자가 느낄 공포를 극대화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공간이 있다. 이은호(차학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며 찾아간 곳 ‘등대’이다. 그 곳은 어린 이은호가 버려진 채 발견된 곳이었다. 푸른 바다, 바다를 밝게 비추는 등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어릴 때 버려진 이은호가, 연쇄살인범이 되어 자신이 버려진 곳으로 돌아와 죽은 이은호의 운명이 그림 같은 공간과 대비되며 시청자로 하여금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등대는 극 분위기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의미심장한 단서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차우경의 최면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윤태주(주석태)의 노트북 배경화면이 이 등대를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 강지헌(이이경), 전수영(남규리) 등 경찰들이 윤태주가 이은호의 형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는 만큼 극의 전말에 관심이 모아진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오늘(10일) 오후 10시 29~30회를 방송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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