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난 크리스마스에 신곡 ‘잘 되길 바랄게’를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소수빈. 사진제공=피치스레이블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난 크리스마스에 신곡 ‘잘 되길 바랄게’를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소수빈. 사진제공=피치스레이블
포근하면서 슬픈 음색. 싱어송라이터 소수빈이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식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발매한 신곡 ‘잘되길 바랄게’도 그렇다. ‘잘되길 바랄게’는 소수빈이 힘들었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스스로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곡이다. 진심이 담백하게 묻어있기 때문일까. ‘괜찮아 고갤 들어줘’‘넌 가장 빛나는 걸’이라는 가사는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힘이 있다.

소수빈이 처음으로 사랑이 아닌 주제로 노래한 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2016년 싱글 ‘oh-i’로 데뷔한 소수빈은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들을 시리즈, OST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여왔다. 그 중에서도 ‘자꾸만, 너(Prod. Humbert)’는 ‘잠시 동안 널 끌어안고만 있을게’라는 가사로 음악 팬들 사이에 소수빈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이 곡은 웹드라마 ‘에이틴’의 OST로도 재편곡돼 사랑받았다. 2019년, 소수빈은 자신의 역량을 더욱 넓혀갈 예정이다.

10. ‘잘되길 바랄게’는 어떻게 만든 곡인가요?
소수빈: 몇 년 전으로 기억해요. 아르바이트도 여러 개 하고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아요. 여유롭고 싶고, 힘들고 싶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랬으면 싶어서 만든 곡이에요. ‘내년에는 잘되길 바라겠다, 마냥 잘되자’라는 마음을 담았죠.

10. 당시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소수빈: 학교를 일찍 자퇴한 후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일해보고 횟집에서도 일해보고…여성 속옷 가게에서도 일해봤어요. 지인이 속옷 가게라고 말해주지 않고 소개해 준 터라 당황했지만 1년 7개월이나 일했어요.(웃음) 예전에 있었던 회사와도 소통이 잘 안 되고 방치되는 느낌을 받아서 회사도 나왔고요.

10. 그 후로 낸 시리즈가 ‘자꾸만, 너’부터 ‘솔직하게’‘자장가’‘길을 잃은’까지의 싱글로 구성된 ‘소심시리즈’죠?
소수빈: 네, 사실 그 회사에서 5년이나 있었어요. 전 계속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상태였고요. 그런데 그 시간 동안 해낸 것이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뿐이더라고요. 그러다 싱글 ‘oh-i’를 냈는데 회사에 있던 분들이 점점 떠나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고 회사를 나와 소심시리즈를 하게 된 거예요. 그 시리즈를 현재 소속 레이블인 피치스레이블이 발견했고요.

10. 시리즈의 이름을 왜 ‘소심’으로 짓게 됐나요?
소수빈: 제가 사전을 찾아봤을 때 ‘소심’이라는 단어의 뜻이 ‘조심스럽게 마음을 가지다, 먹다’라고 나오더라고요. 그 뜻이 예쁘고 좋아서 그렇게 지었어요.

10. 소심시리즈는 자신이 만든 첫 앨범 단위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어요. 해보니 어떻던가요?
소수빈: 어딘가 굉장히 아기자기한 맛이 있더라고요. 소심시리즈를 해봤으니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고, 규모가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소수빈은 소심시리즈를 비롯해 웹드라마 ‘에이틴’의 OST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사진제공=피치스레이블
소수빈은 소심시리즈를 비롯해 웹드라마 ‘에이틴’의 OST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사진제공=피치스레이블
10. 어떤 음악을 만들지에 대해 그간 변화가 있었나요?
소수빈: 요즘 들어 확실해진 생각은 음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거죠. 처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도 그랬어요. 초등학교 5학년 수련회 레크리에이션 때 등 떠밀려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전 ‘아웃사이더’였는데, ‘누군가 날 기억해주고, 내 노래를 들어주는 것이 즐거운 거구나’라고 느꼈어요.(웃음)

10. 레크리에이션 때 추천받을 정도면 음악성이 돋보였나 봐요.
소수빈: 음, 초등학생 때 퀸을 너무 좋아했어요. 가요보다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요.(웃음) 어렸을 때 처음 들었던 앨범이 재즈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이 1976년에 낸 ‘Breezin’’이었어요. 그 앨범을 들었을 때 조지 벤슨이란 사람이 거대하게 느껴졌어요.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는데도요. 그래서 조지 벤슨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었죠.

10. 요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담겨 있나요?
소수빈: 레이블 88 라이징의 조지(Joji)를 많이 들어요. 또 옛날 음악을 좋아해서 프린스나 에릭 클랩튼의 앨범도 많이 들어요. 에릭 클랩튼의 앨범 중에서도 ‘언플러그드’를 좋아해요.

10. 프로듀서 험버트와도 작업을 많이 했어요.
소수빈: 험버트 형은 제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나타나서 도움을 많이 준, 고마운 형이에요. 제가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최근에 제가 저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을 때도 절 이끌어줬어요.

10. 곡을 만들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도 영감을 받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소수빈: 그렇죠. 보통은 경험에서 영감을 받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언젠가 한 번은 너무 음악이 안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넷플릭스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틀고 소리를 음소거로 해 놓은 채 곡을 만들었어요. 어느샌가 제가 화면 속의 바다를 보고 있더라고요. 이 곡은 아마 내년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 내년에는 첫 EP도 기대해볼 수 있나요?
소수빈: 네. 앨범을 내려고 하고 있어요. 주제도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사랑 노래를 포함해 저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담으려고 해요.

10. 2019년에는 어떻게 나아가고 싶나요?
소수빈: 저는 작년의 제 자신과 현재의 저를 항상 비교해보거든요. 작년 말에는 회사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당시 고민했을 때 그렸던 최고의 그림이 펼쳐진 것 같아 행복해요. 2019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어줬으면 해요.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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