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배우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배우 김혜수가 1997년 외환 위기를 소재로 한 ‘국가부도의 날’을 영화로 선보이고 싶었던 이유를 밝혔다.

김혜수는 모두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때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았다. 개봉을 앞두고 21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김혜수는 1997년 외환 위기를 떠올리며 “조각조각 기억이 난다. IMF 구제 금융을 받아들인 이후 영화계에서는 오히려 밝고 경쾌하고 웃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직간접적으로 어려웠다. 연이어 부도와 파산 소식들이 들리면서 잠재적 불암감을 느꼈던 것 같다. 외국에서 유학하던 분들도 달러 급등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오거나 돈을 벌면서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 값싼 음식을 사먹었는데 그게 강아지 캔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금모으기 운동도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는 당시 보도됐던 뉴스들도 삽입됐다. 이에 대해 “‘국치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하는 뉴스 장면이 기억난다. 실제로도 그 뉴스를 봤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외환 위기 사태로 인해 아픔을 겪은 이들이 혹여 영화로 인해 다시 그 아픔을 되새기진 않을까에 대해 걱정과 함께 위로의 말도 건넸다. 그는 “당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유해서가 아니라 힘들어서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삶이 곤두박질치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영화를 통해 얘기하는 것이지만, 이 이야기가 꼭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었고 왜 우리가 IMF라는 아픈 시기를 지나와야 했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IMF 실사단과 협상하는 장면도 나온다. 김혜수는 “협상 내용은 저도 시나리오를 보고 알았는데 정말 충격이 컸다”며 “인물이나 스토리는 가공됐지만, 협상 내용은 가공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오는 28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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