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성난황소’에서 인신매매조직의 보스 기태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성난황소’에서 인신매매조직의 보스 기태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오. /사진제공=쇼박스


“악역만 하는 게 싫을 때도 있었어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데 악당 역할만 들어오니까 고민하고 슬퍼하기도 했죠. 그런데 요즘은 전문직이 각광 받는 시대잖아요. 악역 전문도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식당도 여러 메뉴를 하는 곳보다 하나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진짜 맛집이잖아요. 하하.”

선악이 대립하는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가 악역 배우다. 악랄한 표정에 비열하면서도 때론 비겁하기까지 한 그 모습을 배우 김성오는 매번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낸다. 김성오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성난황소’에서도 여자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인신매매조직의 보스 기태를 연기했다.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악역이든 뭐든 결국 배우의 꿈을 이룬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악행은 비슷할지언정 악한 인물은 무궁무진하게 달리 표현할 수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악역만 하더라도 배우로 돈 벌고 연기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영화 ‘성난황소’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성난황소’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기태는 독특한 악당이다. 영화에서 보통의 악인들은 납치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지만 기태는 오히려 그들에게 돈을 건넨다. 납치하는 여성들의 가족들을 돈으로 매수해 납치를 묵인하게 하는 것. 이런 인물은 김성오는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누가 나한테 돈을 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겠다는, 영화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돈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정답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저도 모르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평범한 인간이구나’ 싶었죠. 이런 똑같은 상황을 알파고에게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알파고는 아마도 ‘합리적’으로 기태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악이 선을 이기지는 못한다. 이에 대해 김성오는 “어디서 본 듯 뻔하고 단순한 패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색다른 재미를 찾으려는 게 상업영화”라고 ‘성난황소’의 매력을 설명했다.

“저는 심도 있게 영화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상업영화는 슬픔이든 기쁨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형적인 틀일지라도, 이 악당을 좀 더 인색하게, 좀 더 생동감 있게 보이도록 해서 조금씩 다른 재미를 추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성오는 ‘악역’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한정한 게 아니다. 특화한 것이다. /사진제공=쇼박스
김성오는 ‘악역’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한정한 게 아니다. 특화한 것이다. /사진제공=쇼박스
‘성난황소’에서는 아슬아슬한 액션도 통쾌함을 주지만 캐릭터들의 코믹한 모습이 깨알 같은 웃음도 선사한다. 극 중 기태도 악독하면서 익살스럽다. 드라마에서는 코믹한 면모도 보여줬던 김성오가 이런 모습을 극대화한 영화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31개월 된 아들이 있는 아빠로서 김성오가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따뜻하고 재밌는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도 한번 해보고 싶죠. 그런데 앞으로 더 세고 이상한 역할만 한다 해도 아이가 ‘왜 아빠는 나쁜 역할만 해?’라고 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 아빠는 멋있는 배우야’라고 말할 거라 믿어요. 이런 멋진 작품들을 했다고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요. 분명 제 일을 존중해 줄 겁니다.”

매번 악역에 몰입하다보면 정서적으로 힘들진 않을까. 김성오는 “제가 부족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캐릭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분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며 웃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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