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KBS2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에서 형사 박정대 역을 연기한 배우 이재균. / 이승현 기자 lsh87@
KBS2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에서 형사 박정대 역을 연기한 배우 이재균. / 이승현 기자 lsh87@
이재균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배우다. 지극히 평범한 20대 청년 같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달랐다. 자신이 맡은 배역으로 살았고 캐릭터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를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의 노력은 적은 분량인데도 큰 존재감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3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에서 ‘귀벤져스 5인방’의 한 명인 박정대를 연기한 이재균을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드라마가 안 끝났으면 했는데 섭섭해요. 선배들도 못 만나고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을 못 만나서 아쉽습니다. 내가 이제 군대를 가야 해서 더 섭섭한 것 같아요. 입대 전 ‘오늘의 탐정’ 배우들을 한 번 더 만나기로 했지만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 마음입니다.”

1990년생인 이재균은 ‘오늘의 탐정’을 끝으로 휴식기를 가진 후 입대한다. 이 사실을 촬영 현장에 알린 후 그는 촬영장에서 놀림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동료들과의 끈끈한 친분을 자랑했다.

“현장에선 늘 재밌었어요. 배우들끼리 호흡도 좋았고 성격도 좋고 다들 밝아서 장난도 많이 쳤죠. 최다니엘 형은 제가 입대하는 걸 가지고 많이 놀렸어요. 뭘 먹고 있으면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라. 곧 못 먹는다’고 했고, 웃고 있으면 ‘많이 웃어둬’라면서요. 박은빈은 언젠가 내게 ‘오빤 볼수록 허술한 사람이야’라고 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바보 이미지가 됐더라고요. 늘 당하고 놀림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주영도 갑자기 와서 툭 치고 놀고 그랬죠.”

이재균은 아직 드라마에서는 낯선 얼굴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선 ‘블라인드’ ‘청춘예찬’ ‘뉴시즈’ ‘엘리펀트 송’ 등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티켓 파워도 있는 인기 배우다. 드라마에 조금씩 출연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느냐고 묻자 이재균은 “못 알아본다. 내가 특징 있게 굉장히 잘생기거나 개성 있게 생긴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 작품이 대성공을 거둔 편도 아니라서 잘 모르시더라”고 말했다.

“‘오늘의 탐정’ 시청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던 건 사실이죠. 초반에는 시청률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갈수록 안 했어요. 신경 쓰지 말고 목표로 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하자고 다들 힘내는 분위기였죠. 드라마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캐릭터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장면에 대한 목표가 무엇인지 배우로서 할 일을 하는 거라고 하면서요. “

이재균은 자신의 연기를 봐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 이승현 기자 lsh87@
이재균은 자신의 연기를 봐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 이승현 기자 lsh87@
이재균은 ‘오늘의 탐정’에서 형사 박정대 역을 맡은 순간부터 그 인물의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 귀신을 보는 사람, 영혼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 특별한 상황에 놓인 사람 등 현실에서 동떨어진 부분들이 있다. 내가 맡은 박정대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정대가 재밌었는데 답답했어요. 박정대로 극 안에 들어가면 손발이 잘린 느낌이 들었어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연기해야 했기에 좌절감과 무능함을 많이 느꼈죠. 박정대를 연기하면서 능력 없는 형사가 가졌을 기분들과 현실적인 고뇌를 많이 느꼈어요.”

이재균이 해석한 박정대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캐릭터였다. 그는 “박정대는 처음에는 선우혜(이지아 분)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 보이는 대로 하겠다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정여울(박은빈 분)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첫 사건인 여울이 동생의 자살 사건을 해결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선우혜의 존재를 점점 현실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지만 박정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여울이를 지키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박정대는 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우는 점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대가 변화하는 순간은 동생이 자살한 게 아니라는 정여울 때문이 아닐까요. 형사로서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로 시작해 연민에서 발전한 사랑의 감정이죠. 선우혜의 악행을 봤을 때 박정대라면 무언가 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경찰 집단에서 선우혜의 존재를 유일하게 믿는 한 사람이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건의 중심에 여울이와 친구 길채원(이주영 분)이 있으니까요.”

KBS2 ‘오늘의 탐정’ 방송화면 캡처
KBS2 ‘오늘의 탐정’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안에서 가장 듬직한 캐릭터였던 박정대가 선우혜의 조종에 빠져 눈알이 빨개진 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대고 정여울에게 총을 겨눴을 때는 안방극장에 충격과 반전을 선사했다.

“저도 박정대만큼은 조종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는 도움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하지만 박정대가 선우혜에게 조종 당하는 건 극의 전개상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선우혜가 박정대를 현혹시킬 때 ‘이다일(최다니엘 분)을 총으로 쏘고 싶지?’라고 하는데 박정대는 정말 확실하게 이다일을 쏘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혹된 부분이 더 부각된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묻자 그는 “첫 회에 이지아 선배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셰퍼드를 쓰다듬는 장면이 있는데 뭔가 동화 속 어둠의 마녀의 등장 같아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나오는 장면을 꼽는다면 길채원에게 구박을 당하는 장면. 항상 심각한 박정대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길채원을 연기했던 배우 이주영과 케미가 좋았다고 하자 “작가님도 그런 케미를 기대하셨다. 현실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이다. 둘이 아무것도 없다. 만약 설정을 바꿔 서로를 좋아하라고 했다면 싫어했을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입대 전 언론과 만나는 마지막 공식 자리라고 밝힌 이재균은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오늘의 탐정’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연기를 봐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늘 차 조심하세요. 2년 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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