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오늘의 탐정’/ 사진제공=KBS
‘오늘의 탐정’/ 사진제공=KBS
KBS2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이 한 번 보고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잔혹 범죄의 이면에 사회 문제를 녹여내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내용을 곱씹게 만들고 있는 것.

‘오늘의 탐정’은 호러스릴러라는 특색 있는 장르와 주인공이 귀신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신박함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적 약자가 사건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갑질하는 고용주와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회초년생,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 등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이 선우혜(이지아 분)가 벌이는 사건의 중심에 있다. 특히 연쇄적으로 사건을 저지르는 귀신이자 범인 선우혜 역시 이들처럼 사회적 약자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회에 등장한 ‘아동 실종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 초년생이 겪는 갑을 관계와 청년 실업문제가 녹아 있다. 유치원 선생 이찬미(미람 분)는 유치원 원장(길해연 분)의 꾸짖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동 납치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아동 실종 사건으로 인해 그는 권고 사직 처리됐고, 퇴직금과 실업급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원장과 대면해야 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원장의 갑질이 이뤄졌고, 원장에게 밉보여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이 힘들까 봐 아무 말도 못하는 이찬미의 모습이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냈다.

3회의 ‘정이랑 사건’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이랑(채지안 분)의 갑작스런 죽음에 경찰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고아이기 때문에 현실을 비관해 자살했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선우혜를 봤다는 정여울(박은빈 분)의 말도 믿어 주지 않았다. 또한 정이랑의 장애를 빌미로 성희롱을 시도하며 그를 협박한 레스토랑 매니저(임철형 분)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또 다른 갑질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이랑을 직장에서 왕따 시킨 동료의 모습은 ‘직장 내 왕따’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오늘의 탐정’은 두 사건의 진범인 ‘선우혜’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25년전 선우혜의 아버지는 선우혜와 그의 동생을 독살하고 혼자 살려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선우혜만 살아 남게 됐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채로 구조된 선우혜와 그의 옆에서 부패하고 있던 아버지-동생의 시신은 그들이 사회에서 방치된 소외계층임을 뜻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과 동생을 죽이고 혼자 살려고 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버림 받았다는 것에 대한 상처,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 이 모든 것은 12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감정이었다. 이에 선우혜는 자신에게 가혹한 세상을 스스로 버리겠다는 선택을 하고 병원에서 투신했지만 죽지 못했고, 25년동안 코마 상태로 지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우혜의 마음에는 분노가 싹텄고, 시간이 지나자 그의 분노는 ‘사회’와 ‘타인’을 향했다. “모든 사람이 분노한다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여울의 대사는 선우혜의 삐뚤어진 분노를 짚어준다. 선우혜는 죄책감 때문에 자살하거나 분노로 타인을 살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혹은 ‘생활고 때문에 나를 죽이려던 아빠와 다르지 않구나’라고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 것. 결국 ‘선우혜’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은 ‘안전망 없는 사회’와 ‘무관심’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처럼 ‘오늘의 탐정’에는 귀신이 벌인 범죄라는 판타지적 요소 이면에 무자비한 현실이 담겨 있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잔혹한 사건 사고를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인지에 분노하고 문제의 근원을 고민하게 하며 곱씹어 볼 수 밖에 없는 존재감을 더한다. 앞으로 ‘오늘의 탐정’이 어떤 이야기를 전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늘의 탐정’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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