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8월 신곡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를 발표한 가수 오반. / 사진제공=로맨틱팩토리
지난 8월 신곡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를 발표한 가수 오반. / 사진제공=로맨틱팩토리
랩과 노래, 대중성과 특정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뮤지션은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가수 오반은 특별하다. 랩도 노래도 가능하며, 음원 차트에서 롱런하는 곡과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는 곡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데뷔 싱글 타이틀곡 ‘과일(VIRGIN LOVE)(Feat. 챈슬러)’로 입소문을 타던 오반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싱글 ‘취한 밤’과 ‘불행(Feat. 빈첸(VINXEN)’을 발매하면서였다.

결핍과 불행을 담은 가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인의 이야기를 날것처럼 담은 뮤직비디오는 ‘불행커플’이라는 애칭을 만들어냈다. 이후 발표한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Feat. 숀)’는 멜론 실시간 음원 차트 10위에 올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힙합에 빠졌던 ‘힙합 꿈나무’가 10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렇게 차근차근 나아가는 오반을 만났다.

10. 힙합을 통해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오반: 초등학교 5학년 때 래퍼 산이 선배의 믹스테이프를 우연히 들었다. 랩이 너무 멋있어서 산이 선배의 팬클럽 ‘산클’에 들어 활동했다. ‘산이의 클래스’를 줄여서 산클이라고 부른다. 산이 선배가 데뷔했을 땐 SBS ‘인기가요’에 가서 ‘산클’ 중 최연소로 공개방송에 가서 응원도 했다. (웃음) 그러다 중학교 2학년쯤부터 본격적으로 힙합에 빠져서 가사를 쓰고 녹음도 해봤다.

10. 고등학생 때는 또래들끼리 모여서 교류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고?
오반: 중학생 때까지는 싸이월드에 자작곡을 올렸다. 목동에 살았던 터라 싸이월드로 목동에서 랩하는 친구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친구들과 일촌을 맺어서 ‘공유 다이어리’에서 각자 쓴 가사를 공유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페이스북이 생겨서 그쪽으로 교류의 장을 옮겼다. 당시에는 사운드클라우드나 힙합 커뮤니티에 곡을 올리면서 공연 라인업을 구했다. 5만원 씩 비용을 내고 장소를 대관해 공연하는 거다.

10. 스스로 돈을 내고 공연을 하는 시스템인가?
오반: 그렇다. 너무 공연하고 싶으니까 또래 래퍼들이 직접 아티스트 라인업을 만드는 거다. 고등학생 때 아마추어 래퍼들의 랩 경연 프로그램인 ‘슈퍼루키 챌린지’에도 참가해서 세 번 1등을 해봤다. 그래서 스스로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10. 보컬 실력은 어떻게 키웠나?
오반: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해서 중학교 때 록밴드를 결성해 보컬을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비트 만드는 친구들, 랩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크루 같은 모임이 결성됐고, 그중 한 명이 예술고등학교에 다녀서 같은 고등학교의 보컬 전공으로 편입해 배웠다.

10. 현재도 크루에 소속돼 있나?
오반: 소속된 크루는 없다. 하지만 ‘모텔경성’이라는 음악 동아리의 명예 회원으로, 가끔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다. ‘모텔경성’은 우리 또래의 음악이나 영상 등 예술 분야에 있는 친구들이 마음이 맞아서 만든 모임이다. ‘경성’은 서울이란 뜻이고, ‘모텔’은 미국의 모텔처럼 숙박 업소라는 뜻이다. 미국 모텔에 숙박하는 사람들처럼 언제든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있으며 같이 있는 동안에만 이웃처럼 지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크루 키프클랜의 조웅도 명예 회원이다.

10. DJ 예나와 연인으로 연기를 펼친 ‘불행커플’ 뮤직비디오가 SNS 에서 화제를 모았다. DJ 예나와 원래 친한 사이였나?
오반: 지난해부터 파티를 하거나 공연을 할 때 DJ로 참석해서 도움을 줬다. 얼굴 정도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연기할 때 더 수월했다. 연출보다 실제라는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오후부터 새벽까지 데이트를 한 것처럼 촬영했다.

10. DJ 예나와 ‘썸’을 타지는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반: 처음에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니 신기하게 감정이 생겼다. 그러나 끝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비즈니스 감정’이었던 것 같다.(웃음)

10. 결핍, 불행 등이 곡의 주요 주제인 것 같다.
오반: 아직 발매하지 않은 곡들도 대부분 그렇다. 불행과 결핍이 찾아온 시기에 그 감정을 끝까지 느낀 후 가사를 쓰기 때문인 것 같다. 행복을 느낀 시기에는 행복한 감정들의 가사만 생각난다.

10. ‘취한 밤’으로 처음 차트 인을 했을 때가 생각나는지?
오반: 당시 같이 살고 있던 친구랑 껴안고 울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취한 밤’이 2~3일 정도 후에 차트 아웃을 하긴 했으나, 그래도 발매한 곡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는데 그 다음 곡인 ‘불행’이 따라가지 못할까봐였다. 하지만 이후 어쩌면 ‘불행’도 잘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10. 자신감이 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오반: Mnet ‘브레이커스’에 출연해 ‘불행’을 선보였다. 유튜브 ‘브레이커스’ 채널에서 제 무대가 가장 반응이 좋았고 ‘빨리 발매해달라’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그런데 기대보다 더 성적이 좋았다. 두 달 넘게 차트에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차트에 꾸준히 있을 때는 두 시간 마다 차트를 확인했고 ‘‘불행’만큼 곡이 좋다면 차트 인이 가능하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10. ’브레이커스‘에서 탈락해서 아쉽지는 않았나?
오반: 아쉬웠지만 제가 방송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음악 방송이나 예능을 좋아해서 기회가 온다면 또 출연하고 싶다.

힙합 팬에서 시작해 언더그라운드를 거쳐 음악 활동을 해 온 가수 오반. / 사진제공=로맨틱팩토리
힙합 팬에서 시작해 언더그라운드를 거쳐 음악 활동을 해 온 가수 오반. / 사진제공=로맨틱팩토리
10. 차트 인에 성공한 것에 비해서는 팬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오반: 의문이 나올 정도의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그간 차근차근 왔다고 생각한다. ’취한 밤‘이 97위로 차트에 진입하고 40위권까지 갔다가 3일 후에 차트 아웃됐다. ’불행‘은 유튜브에서 영상 조회수가 500만이었고, 그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불행’ 이후 발매된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는 ‘불행’을 통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나 피처링한 숀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이 들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3월 데뷔한 후 꾸준히 신곡을 발매해왔다. 그 노력과 제가 해 온 음악,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폄하되는 것이 너무 슬프다. 많은 사람들이 순위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비난을 하니 답답한 마음도 든다.

10. 가장 오래 차트에 있었던 곡인 ’불행‘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반: ’불행‘의 뮤직비디오는 몰입하게 만드는 힘도 컸고, 가사로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을 법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에 공감대를 넓게 형성한 것 같다. 그래서 ’불행커플‘을 콘셉트로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들도 생기고 실제 커플들이 ’불행커플‘처럼 찍은 사진들도 SNS에 많이 올라왔다. 공연을 하면 떼창이 나오는 곡이다.

10. 얼마 전 공연에서는 미공개곡인 ’행복‘을 부르다 눈물을 보였는데.
오반: ’행복‘을 쓴 이유는 제가 불쌍해서였다. 저도 모르는 새 또 다른 불행이 자꾸 찾아왔고, 그것을 가사로 적었다. 제 힘듦을 스스로 이겨낸 상황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가사에 집중하며 부르다 보니 스스로 불쌍하다는 감정이 배가된 것 같다.

10. 숀의 ’Way Back Home’ 발매 후 그가 피처링한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를 발표한 이유는?
오반: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 외에도 숀 형과 작업한 미발매 곡들이 있다. 숀 형이 정말 음악을 잘한다. ‘스무살이 왜이리 능글맞아’도 피처링을 생각하지 않고 훅(Hook) 메이킹을 부탁드린 거였다. 숀 형이 훅 메이킹에 자신이 보컬을 입힌 가이드 작업본을 보내줬는데 너무 좋았다. 숀 형 외에는 다른 피처링 아티스트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제일 좋아서 제가 오히려 대표님을 설득했다.

10. 함께 피처링 등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오반: 볼빨간 사춘기나 헤이즈 선배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 여성 뮤지션과는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10. ‘뉴미디어 마케팅’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마케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반: ‘뉴미디어’는 말 그대로 새로운 미디어라는 뜻이다. TV와 같은 이전 매체의 경우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방송할 때 ‘우리는 이 가수를 홍보합니다’라는 자막이 뜨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뉴미디어에서는 오히려 ‘이 가수를 주력으로 홍보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안 밝혀도 되는 사실까지 알려주는 셈이다. 그래서 왜 문제가 생기는지, 비난을 할 필요는 또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오반: 앨범 단위의 신곡 발매는 예전부터 소속사에 계속 요청했다.(웃음) 하지만 앨범을 냈을 때 제가 아끼는 곡들이 타이틀곡에 비해 덜 알려지면 속이 상할 것 같아 아직 조심스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래도 신곡은 꾸준히 발매할 거고 공연이나 방송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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