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6년 만에 새 정규 앨범 ‘Gemini2’를 발매한 뮤지션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16년 만에 새 정규 앨범 ‘Gemini2’를 발매한 뮤지션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그간 선보였던 곡들과는 달리, 요즘에는 귀를 사로잡는 캐치하고(Catchy)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에 빠져있었어요. 제 취향으로 팬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하고 싶었죠.”

최근 16년 만에 새 정규 앨범 ‘Gemini2’를 발매한 뮤지션 윤미래의 말이다. ‘Gemini2’는 그가 2002년 발매한 정규 앨범 ‘Gemini’의 두 번째 시리즈다. ‘Gemini’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반된 성격을 가진 쌍둥이 여신을 뜻하는 말로, 알앤비부터 힙합까지 흑인음악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윤미래의 면모에 집중한 앨범 프로젝트다.

윤미래는 국내에서 힙합이 비주류 음악 장르였던 2000년대 초반에는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힙합 곡들이 세상에 나올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제가 소속된 기획사에서는 힙합은 너무 큰 모험이라고 단정지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곡들은 아예 발매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죠.”

랩과 노래를 모두 좋아하는 윤미래는 힙합 음악에 가까운 랩 곡, 혹은 랩과 보컬이 어우러진 곡들을 만들고는 했다. 그러나 발라드 혹은 알앤비 앨범에 랩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곡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Gemin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베스트 앨범 ‘T Best’나 정규 앨범 ‘T3-Yoon Mi Rae’와 같은 ‘T’ 시리즈는 ‘시간이 흐른 뒤’ ‘잊었니’ 등의 발라드나 알앤비 곡들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Gemini’는 강한 베이스 리듬 위주나 펑키한 랩이 들어간 힙합 음악과 절제된 멜로디에 팝에 가까운 노래를 좋아하는 지금의 저를 더 적절하게 표현하죠. ‘Gemini2’에 수록된 ‘Peach’ ‘You&Me’ ‘오늘처럼’이 노래곡임에도 ‘T’보다는 ‘Gemini’ 시리즈에 어울리는 이유에요.”

윤미래 ‘Gemini2’ 커버 / 사진제공=필굿뮤직
윤미래 ‘Gemini2’ 커버 / 사진제공=필굿뮤직
쌍둥이자리는 윤미래의 별자리이기도 하다. 다시 자신의 탄생을 의미하는 ‘Gemini’로 돌아온 윤미래는 래퍼로서, 보컬리스트로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채롭게 펼쳐 보였다. ‘Rap Queen’‘가위바위보’ 등과 같은 힙합 트랙에서는 특유의 선명한 발음과 거침없는 랩으로 오랫동안 ‘랩 퀸’의 귀환을 기다려 온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한다. 그런가 하면 아들 조단을 위해 만든 ‘Cookie’에서는 랩과 보컬을 부드럽게 섞어 따뜻함을 더했다.

친구에서 연인 사이 어딘가의 알 듯 말 듯한 지점을 표현한 더블 타이틀곡 ‘You&Me(Feat. 주노플로)’에서는 아슬아슬한 감정을 담은 보컬을 노련하게 보여줬다. 제목에서부터 재치가 느껴지는 또 다른 타이틀곡 ‘개같애(Feat. 타이거JK)’도 윤미래의 여유로운 랩과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결혼 후 애 같이 느껴지는 남편을 향해 ‘개같애’라고 일갈하는 직설적 가사도 윤미래의 팬층을 넘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Gemini2’을 통해 자신의 취향 속으로 팬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하고 싶었다는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Gemini2’을 통해 자신의 취향 속으로 팬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하고 싶었다는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윤미래는 ‘Gemini2’의 전체적인 매력에 대해 묻자 “고음, 전조, 기교 등으로 클라이맥스를 표현했던 그간의 곡들과는 또 다르다”고 짚었다. 또한 곡을 엄선하고 트랙리스트를 구성하며 앨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공연이나 무대 위에서 다같이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는 아무래도 음악 방송보다는 공연에서 많이 활동하는 편이라 현장에서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곡들을 떠올렸어요. 또 노래방에서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멋진 곡들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Gemini2’의 앨범 커버 작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CD로 앨범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차트로 승부를 보는 이 시스템에 정규 앨범의 운명을 맡기는 건 어딘가 허무하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공개할 새 앨범들과 콘서트에서 팬들을 자주 보고 싶다”고 웃었다.

‘Gemini2’를 만들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수록하고 싶었다는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Gemini2’를 만들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수록하고 싶었다는 윤미래. / 사진제공=필굿뮤직
‘랩 퀸’답게 흑인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존재감을 입증한 윤미래는 활동도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9년 만에 음악 방송에 출연했으며, 지난 14~15일에는 12년 만에 단독 콘서트도 개최했다. 자신의 음악과 시대의 새로운 흐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걸어 나갈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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