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배우 김태훈 / 사진제공=김태훈
배우 김태훈 / 사진제공=김태훈
세종대학교성폭력 진상조사위원회가 성추행 의혹을 받던 배우 겸 영화예술학과 교수 김태훈에게 ‘혐의 없음’을 통보했다. 김태훈은 자신을 둘러싼 끊임없는 의혹에 “거짓 폭로를 멈춰라”고 밝혔다.

김태훈이 28일 공개한 진상조사위원회 통보서에 따르면, 조사위 측은 ▲신고내용이 발생한 장소는 여성을 포함해 타대학 심사위원들·타학과 감독관·카메라 담당자·학생진행요원 등 여러 명이 있었다는 점 ▲신고인과 같은 상황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객관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신고내용의 노래나 춤을 추도록 김태훈 교수가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고인의 내용을 성희롱 또는 성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지난 18일 판단했다.

이에 김태훈 측은 최근 자신에 대한 신고인의 폭로를 일방적으로 보도한 일부 매체에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세종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태훈과 언론을 규탄했다. “정정보도문은 김태훈 교수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성폭력 피해 사실이 거짓이고 김태훈 교수가 피해자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한 표현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김태훈은 이를 “선정적이며 비이성적 흑색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근거 없이 자신을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비대위에게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혐의 없음’이었음을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요? 그대들이 주장해 진행된 재학생 전수조사에서 저에 대한 어떠한 문제를 발견하셨는지요?”라고 물으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미투’가 아닌 ‘미투’를 빙자한 또 다른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현재 김태훈 교수에 대해서는 피해자 A, 피해자B, 전수조사를 통한 제보와 관련된 혐의가 있다”며 “보도된 내용은 전수조사를 통한 제보에 대해 성폭력 진상 조사위원회에서 혐의 없음으로 정리한 것이다. 나머지 두 사안은 여전히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대양재단 측은 이사회에서 피해자 A건에 대해선 공소시효 문제가 있으나 피해자 B건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징계위원회에 이를 회부했다. 오는 7월 중순까지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김태훈은 ‘미 투(Me 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성폭력 피해 사실 고백)’ 운동이 활발하던 지난 2월 과거 제자였다는 신고자의 폭로로 성추행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태훈은 신고인과는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세종대학교 교수직에서는 사퇴했다.

다음은 김태훈의 공식입장 전문이다.

김태훈입니다.

요 며칠 저의 명예회복의 움직임에 이른바 ‘세종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작성한 성명서와 그 글을 보도한 여러 뉴스를 접했습니다.

지난 2월 저에 대한 폭로가 언론에 보도되었고, 인격살인을 당한 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통해 내린 결론은 삶을 더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딸아이가 겪는 고통과 그에 따른 가출을 지켜보며, 죽더라도 ‘성추행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죽을 수는 없다는 의지가 생겼고, 죽을 각오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근간 명예회복을 선언하게 된 심경과 사연을 설명 드리고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증거와 증언 등 사실관계에 근거한 정당한 정정요청이 이성적 언론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제가 언론에 대해 협박을 가한 것이고, 이것이 성범죄자의 전형적인 프레임이라는 ‘세종대비대위’ 측의 선정적이며 비이성적 흑색주장에 흥분한 마음으로 조금 일찍 입장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비대위’ 측에 묻습니다. 저를 ‘범죄자’라 낙인찍는 근거가 무엇인지요? 부디 그 근거를 통해 저를 법정에 세워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성폭행, 성추행 범죄자가 아닙니다. 만약, 그런 근거가 없이 저를 범죄자로 낙인찍으신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의 주장만으로 사람을 범죄자로 매도하는 것이야 말로 비대위가 주장하는 흑색 프레이밍이며, ‘미투’운동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인격살인에 불과합니다.

당신들은 폭로 이후에도 ‘공금횡령’, ‘성희롱’등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혐의없음’이었음을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요? 그대들이 주장하여 진행된 재학생 전수조사에서 저에 대한 어떠한 문제를 발견하셨는지요?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저를 무고한‘공금횡령’과 ‘성희롱’또한 그대들이 내세우는 순수한 ‘미투’의 정신에 기인한 것인지요?

저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낼 것이라 믿으며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미투’가 아닌 ‘미투’를 빙자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부디 ‘미투’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익명의 뒤에 숨어 근거 없는 여론몰이를 멈추고 저를 법정에 세워주길 다시 한 번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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