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 5월 23일 싱글 ‘아임 유어 걸?’로 데뷔한 그룹 칸의 유나킴(왼쪽)과 전민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5월 23일 싱글 ‘아임 유어 걸?’로 데뷔한 그룹 칸의 유나킴(왼쪽)과 전민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여성 듀오 칸으로 데뷔한 유나킴과 전민주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2015년 그룹 디아크로 데뷔했다가 1년 여 만에 해체의 아픔을 겪은 이들은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반년 간의 준비를 거친 끝에 지난 5월 23일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로 다시 데뷔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자”며 뜻을 모은 결과다.

“유나와 다시 만났을 땐 현실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디아크 때보다 멤버 수는 줄어들었지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요. ‘우리 둘 다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긴 시간을 돌아왔으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자’고 했죠.” (전민주)

‘아임 유어 걸?’로 처음 방송 무대에 오른 날은 특히 기억에 남는단다. 새벽 3시가 넘어 진행된 사전 녹화에 40명 가까운 팬들이 모였다. 대부분 밤을 꼴딱 지새우며 칸을 기다렸다. 유나킴은 “녹화가 끝나고 미니 팬미팅을 했는데, 다들 목소리가 걸걸했다. 우리를 응원하느라 목이 쉰 거였다. 감동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칸의 무대는 팬들의 응원 소리로 우렁차게 채워진다. 전민주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 팬들 수는 적은데도 응원소리는 말도 안 되게 크다”며 뿌듯해했다.

“얼마 전 방송을 하다가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음정을 틀렸어요.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차에 탄 채로 팬들을 만났거든요. 실수했단 얘기는 꺼내지 않고 그냥 ‘감사합니다’고 얘기했는데, 팬들이 먼저 ‘오늘도 너무 잘했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눈빛도 정말 아련했어요. ‘괜찮아. 너희 충분히 잘했어’라는 듯한 눈빛이었는데… 창문 닫고 울 뻔했다니까요.” (전민주)

유나킴은 팬들이 친구 같다고 했다. 미니 팬미팅 때마다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간식거리를 주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들은 “우리가 팬들을 인터뷰하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요즘엔 남성 팬들이 많이 늘었다. 10명 중 2~3명이 될까 말까 하던 남성 팬들이 이젠 절반 가까이로 늘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매니저와 달리 유나킴이 “난 알 것 같다”며 당돌하게 말했다. “제 입으로 말해도 되나요? 매력 발산을 더 잘하게 됐어요. 그리고…(외모가) 업그레이드 됐으니까요. 하하하.”

언제나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언제나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칸은 모든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한다. 격한 퍼포먼스를 동원하는 그룹들이 녹음된 목소리가 깔린 반주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음 이탈이나 박자 실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매 무대가 긴장의 연속이다. 유나킴은 “‘아임 유어 걸?’은 나와 민주의 호흡이 특히 중요한 노래다. 한 번 리듬이 깨지면 다시 박자를 찾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우리가 뭘 잘하는 팀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와 유나는 음색이 굉장히 달라요. 그래서 ‘내가 뭘 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자는 마음이 커요. 함께 하면 좋은 음악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서로에게 너무 많이 의지해요. 매일 ‘너 아니었으면 무대 못 했어. 진짜 사랑한다’고 해요.” (전민주)

“팀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고민이 줄어요. 레퍼토리를 정말 많이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어떤 노래를 해도 혼자 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사람들이 민주와 저에게서 예상하는 색깔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많은 분들이 ‘유나킴은 강하게 때려 박는 랩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아임 유어 걸?’은 그렇지 않거든요. 신선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나킴)

전민주와 유나킴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가수와 아티스트의 차이를 묻자 유나킴은 “시키는 대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고민하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작곡이나 편곡에도 관심이 많다. 독학으로 기태를 배운 전민주는 “‘K팝스타6’에서 기타 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 기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유나와 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연주하게 됐다. 아직 능숙한 수준은 아니다”며 수줍게 웃었다. 뭔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은 무척 크다. 유나킴은 “나도 연주하는 게 있다. 쉑쉑이(마라카스)와 짹짹이(탬버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칸과의 만남은 인터뷰라기보다 수다에 가까웠다. 두 멤버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웃어댔다. “목 관리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도 참새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유나킴은 “평소엔 더 개구지다”고 귀띔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매니저는 목 상태가 걱정된다는 눈치였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전민주는 “매니저 실장님은 ‘너희랑 있는데 마치 열 명 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며 웃었다.

“민주랑 알고 지낸 지 6~7년 정도 돼요. 이젠 그냥 자매 같은 느낌이에요. 평소엔 완~전 천방지축에 개구쟁이지만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해져요. 주로 음악이나 무대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렇죠.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제 고민은 이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팬들에겐 더더욱 그렇고요. 무대 위에선 밝은 에너지만 드리고 싶어요.” (유나킴)

전민주와 유나킴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전민주와 유나킴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해맑은 미소 뒤엔 누구보다 치열한 시간이 있었다. 디아크가 해체한 뒤 유나킴은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재도약을 꿈꿨다. Mnet ‘언프리티랩스타3’,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에도 출연했다. “제가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유나킴에겐 웃음만큼 고민도 많았다. “힘들다는 이유로 가수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무서웠어요. 제겐 그 때 저를 붙잡아줄 사람이 저 자신밖에 없었으니까요.”

스스로와 싸운 건 전민주도 마찬가지였다. 디아크로 데뷔하기 전 SBS ‘K팝스타’ 시즌2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던 그는 팀 해체 후 다시 한 번 ‘K팝스타’의 문을 두드렸다. 시즌2 출연 이후 4년 만이었다. 전민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연습생으로 8년 동안 지냈어요. 그래서 디아크로 데뷔했을 때 굉장히 의욕적이었어요. 그런데 팀이 너무 허무하게 해체하게 되면서 한없이 무기력해졌어요. 열심히 쌓은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죠.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이쪽 일이 내겐 안 맞나보다’ 생각하면서 포기하려고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 때 ‘K팝스타’ 얘기를 듣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요즘은 “얼굴에 ‘행복하다’고 쓰여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단다. 무대 위에 있음을 실감할 때나 팬들을 만날 때, 유나킴과 전민주는 황홀함에 빠진다. 전민주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며 아쉬워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없느냐고 묻자 진지하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찼다. 손가락을 말면서 “오글거린다”고 부끄러워하다가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애정을 드러냈다.

“유나야. 내가 비즈니스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네가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활동 중에서 가장 행복해. 진심이야!” (전민주)

“포기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너와 나, 많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고생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회들이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내고 앞만 보고 달리자. 내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오케이~?” (유나킴) “그래, 오케이~!” (전민주)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