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성동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성동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탐정: 더 비기닝’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서 개봉 첫날 5만 명이 겨우 들었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산소호흡기 떼자’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집안에서도 버린 서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하. 그런데 하루 이틀 갈수록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270만 가까이 갔죠.”

‘탐정’ 시리즈로 3년 만에 돌아온 배우 성동일이 1편 ‘탐정: 더 비기닝’ 개봉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성동일은 1편에 이어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도 형사 노태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탐정: 더 비기닝’이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촬영 당시 분위기는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2편이 나오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왔었죠. ‘멍석만 깔아주면 진짜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작사에서 진짜 멍석을 깔아줘서 마음껏 놀 수 있었어요. 1편에서 함께했던 배우, 스태프들이라 호흡은 이미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1편에서 이미 캐릭터 소개가 나왔기 때문에 2편에서는 바로 사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1편보다 더 치밀한 전개를 선보일 수 있었고, 웃음도 억지스럽지 않았죠.”

‘탐정: 리턴즈’는 1편보다 더욱 확장된 사건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추리 수사를 선보이며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노태수, 강대만(권상우)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녹여냈다.

“노태수와 강대만의 캐릭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라면 모두가 공감할 겁니다. 내가 30대만 됐어도 이렇게 가족애가 절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하. 그런데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지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지금도 술 마시고 들어가면 무조건 애들 방부터 들어갑니다.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배우는 기술자다. 작품을 많이 해봐야 연기도 는다”는 성동일./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는 기술자다. 작품을 많이 해봐야 연기도 는다”는 성동일./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성동일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강렬한 액션에도 도전했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사흘 밤낮을 고생했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편집돼 영화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공들여 찍은 장면을 선보이지 못하게 돼 아쉬움이나 욕심이 남지 않느냐”고 하자 성동일은 “그런 거에 욕심낼 나이가 아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3일 동안 몇천만 원을 들여서 찍은 장면입니다. 그런데 오죽하면 편집했겠어요. 그걸 빼내는 제작사가 더 속상했겠죠. 그리고 만약 내가 고집을 부려서 그 장면을 집어넣고, 다른 사람의 분량이 빠졌으면 그건 ‘탐정: 리턴즈’가 아닙니다. 그 부분이 빠졌어도 완성된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고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기 때문에 그걸로 된 거죠.”

성동일은 조연·주연, 드라마·영화 없이 다작하며 열일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1년에 한두 작품도 아니고 네다섯 작품씩 선보이면서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작품을 많이 해야 연기도 는다”며 신념을 드러냈다.

“배우도 기술자입니다. 연기는 많이 해봐야 그만큼 늘어요. 지금도 후배들에게 ‘작품 해라’ ‘쉬지 말아라’라고 조언하죠. 학교 다니는 학생이 예습, 복습을 해야 성적이 늘듯 배우도 계속 갈고 닦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작품을 선택할 때 자기 입맛대로만 고르지 않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것만 하다 보면 편협해지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은 것도 해보고, 어떨 땐 망해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거죠.”

성동일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어떤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또 어떤 작품에서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배역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저만의 기준은 ‘사람’입니다.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들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죠. 시나리오를 보고 ‘다 함께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한두 장면만 나와도 합니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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