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8년만의 신작 ‘버닝’, 칸 홀릴 미스터리 영화가 온다(종합)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배우 스티븐연(왼쪽부터), 전종서, 유아인이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사진=이승현 기자lsh87@

이창동 감독이 영화 ‘시’(詩) 이후로 8년 만에 ‘버닝’으로 돌아왔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 제작보고회가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렸다.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는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에게 정체불명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은 “‘시’ 이후로 8년이라고 하지만 실감하지 못했다”며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과 작업했고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서 가능하면 제 나이를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면서 “청춘들이 출연하는 영화라서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어 “가능하면 영화가 어떤 의지와 목표와 계획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그런 느낌을 다함께 갖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인 것 같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은 오랫동안 꿈꿔왔다”며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감독의 작품들은 나한테 크게 다가왔다. 작업환경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이번 작품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영화 초반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며 “‘버닝’과 이창동 감독, 제가 맡은 종수에 스며드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작업했던 틀에 짜인 시나리오와는 많이 달랐다”며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지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아인이 종수를 연기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무력해보이고 감정이 억제 되어 보이는 청년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게 사실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연기를 확인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에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이창동 감독과 ‘버닝’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내 영화계에서 손 꼽히는 두 거장 감독들과 만나게 된 것. 특히 그가 ‘버닝’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봉준호 감독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스티븐 연은 “원래 이창동 감독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며 “감독님과 같이 일하는 건 매우 영광이었다”며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극 중 미스터리한 남자 벤 역을 맡은 그는 “벤에 완전히 몰입했다. ‘벤을 연기했다’가 아니라 ‘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웠지만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스티븐 연은 완벽에 가까운 한국인이었다”며 “한국말도 잘 했다”고 했다.

이날 발표회에선 ‘버닝’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신인배우 전종서에 관심이 쏠렸다. 전종서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해미 역을 맡았다. 이 감독은 전종서에 대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쉽게 연기하기 힘든 몇 장면이 나오는데 잘 했다”고 칭찬했다. 전종서는 해미를 연기하기 위해 마임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기술적인 것 보다 정서적으로 캐릭터에 쉽게 전근하기 위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버닝’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경쟁 부문 초청은 2016년 영화 ‘아가씨’ 이후 2년 만이다.

이 감독은 “칸 영화제가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 받는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 3명의 배우(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들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또 평가 받는 가장 좋은 기회이고 경험일 것이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버닝’은 오는 5월17일 개봉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