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정규 2집 ‘changes’에 자신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향한 의지를 담은 래퍼 오왼 오바도즈. / 사진제공=메킷레인
정규 2집 ‘changes’에 자신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향한 의지를 담은 래퍼 오왼 오바도즈. / 사진제공=메킷레인
래퍼 오왼 오바도즈(이하 오왼)의 삶은 날 것 그 자체였다. ‘할 말은 다 하는 놈’(오왼 정규 2집 10번 트랙 ‘dirt.(feat.pH-1)’ 가사 中)이었고 논란도 따라붙었다. 오왼이 논란 속에 머물렀다면 이야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왼은 거울 속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일곱 살의 김현우(오왼의 본명)’였다.

“28살의 오왼이 거울을 봤는데 일곱 살 된 김현우가 절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집 안에서 ‘천사 같은 둘째’였으나 공연 후 돈을 탕진하고 통장 잔액 0원인 채로 아침에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게 된 제 과거가요. 그래서 변화를 해서 부모님에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어요. 제가 원하는 예술을 돈 걱정 하지 않고 평화 안에서 하는 사람이 되자고요. 그것이 이상적일지라도 말이죠.”

이러한 오왼의 마음을 녹여낸 곡이 지난 19일 발매한 정규 2집과 동명의 타이틀곡 ‘changes(feat. Loopy)’다. 같은 소속사 메킷레인의 식구이자 그가 루피 대장이라고 부르는 루피의 특색 있는 피처링이 어우러진 이 곡은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특히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또 다른 타이틀곡인 ‘MAMA’가 탄생했다. 이 곡에는 오왼의 어머니가 그에게 응원과 함께 남긴 음성 메시지도 함께 수록됐다.

오왼 오바도즈 정규 2집 ‘changes’ 커버 / 사진제공=메킷레인
오왼 오바도즈 정규 2집 ‘changes’ 커버 / 사진제공=메킷레인
“‘MAMA’는 어머니에게 고해성사하는 기분으로 만들었어요. 어머니가 저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잘못한 것 때문에 왜 당신이 그 죗값을 치르고 울고 계십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와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헌정곡입니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앨범에 왜 어머니 이야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느냐고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핏줄은 제 가족밖에 없잖아요. 전 독립한 이후 부모님과 같은 한국 땅에서 살면서 성공해서 효도할 거라는 핑계로 부모님을 찾아뵌 적이 없어요. 그래도 부모님은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듣고 싶을 테고, 저도 죄송하다는 말과 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함께 전달하고 싶어서 곡을 만들었습니다.”

변화를 향한 오왼의 열망은 9번 트랙 ‘player’s passionate(feat. EK, Yohan)’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왼은 이 곡을 “선수의 열정”이라고 설명하며 “변화를 하려고 마음 먹은 것은 2018년이다. 래퍼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2014년부터 느낀 것들과 포부를 담았다”고 밝혔다.

“5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음악 덕분에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간디나 부처처럼 모범적인 본보기나 롤모델이 될 수는 없으나 더 개선하자는 각오로 노력하기도 했고요.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건 스스로가 불완전하더라도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게는 아직 변화를 위한 연료가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EK와의 만남은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부분 외에도 눈길을 끈다. 그룹 MBA 소속 래퍼인 EK는 오왼과의 특별한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EK에게 제가 피처링을 부탁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어요. 자신의 팬이 제가 예전에 ‘EK는 자신만의 색이 없다’고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일을 자극 삼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았어요. 한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EK를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정규 2집 ‘changes’에서 래퍼 pH-1, Loopy, EK, Yohan과 협업한 오왼 오바도즈. / 사진제공=메킷레인
정규 2집 ‘changes’에서 래퍼 pH-1, Loopy, EK, Yohan과 협업한 오왼 오바도즈. / 사진제공=메킷레인
이번 정규 2집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요소는 멜로디다. 오왼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했던 시도로 “노래를 했다는 것”을 꼽았다.

“정규 1집에 비해 노래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멜로디도 더 많아졌고요. 랩을 했을 때는 아무래도 구구절절 얘기하게 되기 때문에 조금은 답답함을 느꼈어요. 그와 달리 노래는 좀 더 함축적으로 여운을 남길 수 있어서 매력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대중적인 요소를 곡에 녹여내되 힙합의 코드를 가져가는 것이 목표에요. 아직 아무도 제대로 멋있게 이 조합을 해낸 사람은 없던 것 같아요.”

총 12곡이 알차게 수록된 ‘changes’는 오왼이 지난해 10월 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12월 초까지 작업을 해서 만들었다. 이 앨범 이후 오왼은 그를 포함해 메킷레인의 전 멤버가 참여한 첫 컴필레이션 앨범 ‘Public Enemy’를 지난 3월 30일 발매해 ‘허슬러’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허슬러는 부지런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힙합 아티스트를 이르는 말이다. ‘Public Enemy’는 래퍼 스윙스가 대표로 있는 저스트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녹음한 춘천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메킷레인 소속 래퍼 다섯 명이 다같이 춘천에 있는 스튜디오를 예약해 동시에 녹음하고 작업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던 터라 색달랐어요. 멤버들끼리 모이기도 쉽지 않은 데다 저희는 비트만 가지고 갔거든요. 저는 곡을 만들 때 미리 주제 의식과 계획을 세워놓고 녹음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멤버들과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또 트랙리스트의 흐름도 생각하고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도 고민을 해야 했죠. 새로웠습니다.”

그는 현재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마무리하고 있다. 그와 절친한 래퍼 챙스터와의 협업과 믹스테이프다.

“챙스타는 사이커델릭(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LSD와 같은 환각제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이룬 하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장르) 요소가 섞여 있는 랩을 보여줘요. 저는 그쪽에 생소하거든요. 상반되는 스타일이 만나 보여주는 음악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믹스테이프에는 10곡 정도 실릴 예정이고 오는 7월 공개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제 음악에 대한 건설적인 평가에는 열려있고 앞으로도 공부할 생각입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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