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나를 기억해’에서 여교사 한서린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사진제공=오아시스이엔트
영화 ‘나를 기억해’에서 여교사 한서린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사진제공=오아시스이엔트
“성폭행 피해는 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그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것 같아요. 트라우마도 만만치 않겠죠.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에 출연한 이유영이 이렇게 말했다. 극 중 성범죄 사건의 중심에 선 여교사 한서린 역을 맡았다. 14년 전,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성폭행 피해 여고생이었던 그는 선생님이 되어서 같은 방법으로 당한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을 때의 공포심은 어마어마하겠죠. 과거를 숨기고 겨우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죽을 때까지 힘들 것 같아요. 처음보다 더 힘들겠죠. 그래서 감독님도 저도 한서린이라는 인물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유영은 “청소년 범죄와 성범죄 등의 기사를 많이 찾아봤다”고 했다.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기사들을 살펴보면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무엇보다도 청소년 아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자신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게 안타까웠죠. 어른들의 잘못인 것 같아요. 범행을 저지른 아이도 당연히 잘못했지만 이런 사건이 생기게끔 방관한 우리의 잘못도 있다는 거죠.”

배우 이유영은 “평소에 애교도 많고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사진=오아시스이엔트
배우 이유영은 “평소에 애교도 많고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사진=오아시스이엔트
이유영은 지난해 OCN 드라마 ‘터널’에서 어린 시절 양부모를 눈 앞에서 잃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 ‘나를 기억해’에서는 성폭행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을 연달아 맡았다. 연기 후유증은 없을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있는 것 같아요. 힘든 작품을 할 때면 주변에서 ‘너 이상해’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스스로는 잘 못 느끼는 편이에요. 최근에 촬영을 마친 단막극 ‘미치겠다 너 땜에’에서는 밝은 캐릭터를 맡았는데 그 촬영장에서는 정말 많이 웃었거든요. 역할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평소 애교도 많고 밝은 편”이라는 이유영은 밝은 캐릭터에 욕심을 냈다. “빈 틈 있는 캐릭터나 극도로 소심한 인물을 한 번 맡아보고 싶다”며 말이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 때문인지 어두운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걱정 안 해요. 앞으로 보여줄 저의 모습이 더 많다는 거니까요. 좋은 연기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솔직함과 밝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밝히던 그는 “예능 출연 생각은 없느냐”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예능을 안 해봐서 그런지 정말 힘들더라고요. 두세 번 해봤는데 청심환은 꼭 먹고 녹화에 임했죠. 그렇게 먹어도 식은땀이 나고 기절할 것 같았어요. 나를 드러내고 어필하는 성격이 아닌데 예능에서는 해야 하거든요. 어릴 때도 장기자랑에 적극적으로 나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커서도 힘든 건 마찬가지네요.”

‘나를 기억해’는 꽤 어두운 영화지만 이유영의 표정만큼은 밝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다면서 말이다.

“차기작으로 영화, 드라마 둘 다 보고 있어요.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어서요. 많은 사람들에게 연기 잘하는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배우 이유영이 “극도로 소심한 캐릭터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오아시스이엔트
배우 이유영이 “극도로 소심한 캐릭터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오아시스이엔트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