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봄에 듣기 좋은 노래’하면 흔히 어쿠스틱 장르의 곡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힙합도 봄날의 감흥을 더하기에 꽤 괜찮은 장르다. 래퍼 겸 프로듀서 마이크로닷, 다미아노, 픽보이의 새 앨범들은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닷 ‘Light’ 커버 / 사진제공=Shin Brothers
마이크로닷 ‘Light’ 커버 / 사진제공=Shin Brothers
◆ 마이크로닷, Light

마이크로닷이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EP ‘Light’는 그야말로 즐거운 앨범이다. 마이크로닷은 지난해 더블 CD로 구성된 정규 앨범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예능 왕자’로 떠오르며 음악과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앞서 인터뷰에서 밝힌 ‘크리에이터’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처럼 밝게 빛나는 시간들과 감사함을 ‘Light’에 담았다. 1번 트랙 ‘기억이 나네(I remember)’에서 ‘웨이트 들었다 낚싯줄 풀었다 손님을 모시지 소희와 친절하게’‘앨범을 만들고 완도항 앞에서 출항을 해’라며 자신을 부정했던 과거의 친구들을 유쾌하게 회상하는 식이다.

봄날의 플레이리스트에 어울릴 만한 긍정의 에너지는 다음 트랙에 걸쳐 계속된다. 타이틀곡 ‘너와(With You)’에서는 여유로운 비트 위에서 ‘이젠 봄인데 이 꽃밭엔 너와 나 둘이야’라며 달콤한 고백을 전한다. ‘별(Star)(feat. Kaya)’은 26번째 미역국을 먹은 마이크로닷이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위로를 주는지를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다미아노 ‘COLORS’ 커버 / 사진제공=춘엔터테인먼트
다미아노 ‘COLORS’ 커버 / 사진제공=춘엔터테인먼트
◆ 다미아노, COLORS

비슷비슷한 비트, 명곡을 샘플링한 비트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힙합계에서 다미아노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에 대해 꾸준하고 치열하게 고민을 해왔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COLORS(feat. Uzuhan)’에서 그는 ‘어제는 검게 오늘은 하얗게 칠했다’‘너희들 꽁무니 따라갈 정도는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나다운 것’을 향한 고민의 여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프로듀싱을 시작한 이후 부쩍 성장한 작곡 및 편곡 실력과 함께다. ‘다른 사람의 향기’를 지우기로 결심한 다미아노는 자신만의 색으로 빛났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우주한(Uzuhan, 前 제이한)은 ‘아시안 힙합’의 물결을 이루는 재미 교포 힙합 아티스트 중 하나다. 우주한의 피처링이 더해진 이 곡은 전형적인 힙합 트랙에서 탈피한 매력을 지닌 트랙으로 완성됐다. 앨범에는 다미아노가 크루 니온과 함께 믹스테이프로 발표한 곡 ‘선비’도 수록돼 듣는 재미와 반가움을 배가한다.

픽보이 ‘Portrait’ 커버 / 사진제공=뉴런뮤직
픽보이 ‘Portrait’ 커버 / 사진제공=뉴런뮤직
◆ 픽보이, Portrait

픽보이는 싱어송라이터 폴킴이 소속된 뉴런뮤직에서 새롭게 영입한 아티스트다. 레이블 AOMG의 어글리덕, 크루 우주비행의 Dnopf 등이 소속된 파티 크루 ‘Juicy Wave’에서도 활동해 오던 그는 크루의 트렌디한 음악 색과 자신의 독창성을 첫 EP ‘Portrait’에 유려하게 펼쳐 놓았다. 픽보이는 1번 트랙 ‘낙하산(feat. 규영, Hunnyhunna)’부터 재기 넘치는 흐름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흔한 트랩 비트인 줄 알았던 이 곡은 중후반부에 이르러 전혀 다른 비트를 연결해 흥을 더한다.

‘봄’하면 설렘일 터다. 픽보이는 타이틀곡 ‘Shame(feat. 죠지)’에서 재치를 잃지 않은 채 ‘경쟁자는 하나둘씩 또 모이고 있어’‘너와 거리는 벌써 멀어진 것 같아’라며 조금은 소심한 남자의 귀여운 마음을 녹여냈다. 이 곡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픽보이의 지난 싱글 ‘Gin&Tonic’에 이어 추천한 곡이기도 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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