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태건 인턴기자]
사진제공=tvN ‘나의 아저씨’
사진제공=tvN ‘나의 아저씨’
“나를 아는 게 슬퍼”

수많은 사람 중 나를 알고, 내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에는 그것이 슬프다는 남자가 있다.

동훈(이선균)은 중년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대기업의 부장이며 변호사인 아내와 유학 중인 아들까지 있다. “세상에서 니가 제일 부럽다”는 상훈(박호산)의 말대로 동훈은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대표 이사인 후배에게 치여 자기도 모르는 이유로 회사에서 언제 내쳐질지 모르고 아내 윤희(이지아)와는 아슬아슬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외에도 챙겨야 할 노모와 형제가 둘이나 있다.

그래서 동훈은 스스로를 ‘터를 잘못 잡았다’고 말한다. 복개천 위에 지어져 재개발도 못 하고, 그냥 이대로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터를 잘못 잡은 낡은 건물 같은 인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자신을 꿰뚫어 본 사람을 만났다. 그가 남들 앞에 내어놓지 못하는 고됨을 아무렇지 않게 알아본 사람은 바로 지안(이지은)이었다.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것 같고”라는 동훈의 말에 당연한 듯 “좋아?”라고 반문한 기훈(송새벽)처럼, 이는 마땅히 기쁜 일이다. 그러나 동훈은“슬프다”고 답했다. 사회초년생인 지안이 삶에 지친 자신을 아는 이유는 그의 길지 않았던 삶도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훈은 자신이 ‘성실한 무기징역수’로 살아가는 것처럼, 아직 어린 지안도 ‘경직된 인간’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과 그가 너무 빨리 알아버린 삶의 무게와 고단함이 안타까운 것이다.

정태건 인턴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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