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뮤지컬 ‘삼총사’에서 달타냥 역으로 열연하는 그룹 비투비 서은광.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뮤지컬 ‘삼총사’에서 달타냥 역으로 열연하는 그룹 비투비 서은광.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공연계에서 유독 매력적이라고 소문난 캐릭터들이 있다. 뮤지컬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이 그중 하나다.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는 시골 청년 달타냥의 순수하고 솔직한 매력이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지난 14일 개막한 ‘삼총사 10주년 기념 공연’(연출 왕용범)에서는 비투비 서은광이 달타냥을 연기하고 있다. 그의 달타냥은 더욱 매력적이다. 서은광은 마치 날개를 단 듯 무대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혈기왕성한 19살 달타냥, 그 자체다.

서은광은 2012년 보이그룹 비투비로 데뷔해 2013년 ‘몬테크리스토’로 뮤지컬 연기를 시작했다. 아이돌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총각네 야채가게’(2013) ‘햄릿’(2017) ‘여신님이 보고 계셔’(2017) 등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비투비 메인보컬다운 가창력과 무대 경험으로 다져진 끼가 공연 관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은광만의 매력으로 재창조될 또 다른 캐릭터들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10. ‘삼총사 10주년 기념 공연(이하 삼총사)’에 합류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서은광: 가문의 영광입니다. 대작(大作)이라고 불리는 ‘삼총사’라 무조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신성우 선배님, ‘엄유민법’(엄기준·유준상·민영기·김법래 등 ‘삼총사’의 대표 배우들을 부르는 애칭) 선배님들과 같이 대단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감사하고, 폐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10. 달타냥을 연기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서은광: 매력적인 것으로 유명한 캐릭터잖아요. 우선 팬들이 너무 좋아해요. 귀여운데 멋있다고요.(웃음)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 재밌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달타냥이 극 중 19살인데, 지금 제가 연기하기에 딱 맞는 나이인 것 같아요. 제가 올해 29살이거든요. 뮤지컬에서는 자기보다 10살 정도 어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10. 달타냥과 어떤 면이 닮았나요?
서은광: 명랑하고 쾌활한 점? 달타냥이 극 중 ‘촌뜨기’라고 불리는데 저도 도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저도 달타냥처럼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성선설을 믿거든요. 모든 사람의 시작은 착하다고 생각하죠. 하하. 주위 사람들에게 ‘몰이 당하는’(놀림 받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점도 비슷해요.(웃음)

10. 연습하면서 재밌었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각각 꼽아본다면요?
서은광: ‘삼총사’는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라 서로 어우러져야 해요. 그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총사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워낙 대선배들이라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거든요. 어느 장면에서 어떤 애드리브가 튀어나올지 기대돼요. 힘들었던 점은 없어요. 선배들이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연기를 지도해주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감동했어요. 특히 ‘엄유민법’ 선배님들이 눈빛은 물론이고 이 장면에서는 누구에게 감정을 쏟아야 하는지, 이 대사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 일일이 잡아줬어요.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해졌고, 연습이 힘들지 않았죠. 오히려 ‘삼총사’를 통해 성장하겠다고 느꼈습니다.

‘삼총사’ 연습 현장에서의 서은광. / 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 킹앤아이컴퍼니
‘삼총사’ 연습 현장에서의 서은광. / 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 킹앤아이컴퍼니
10.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성장했고, 앞으로 성장할까요?
서은광: 노래만 해온 사람이라 저에게는 연기가 숙제였는데 이제 연기의 기준이 섰어요. 접근하는 방식이 잡혔달까요? 이전에는 대본이라는 틀에 박힌 연기를 한 데 비해 지금은 조금씩 제가 대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거기서 스스로 찾아내는 것도 많고요.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고 편해졌죠.

10. 왕용범 연출가가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나요?
서은광: 제가 정직하거든요. 대본 그대로, 짜인 것 그대로 해요. 비투비로 공연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달타냥도 그렇게 연기 하니까 연출가님이 “은광아, 너 아이돌이잖아. 대본은 다 숙지했으니까 아이돌스럽게 끼 좀 부려봐”라고 하셨어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아이돌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않고 장점을 찾아주신 거잖아요.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죠.

10. 왕 연출가가 한 인터뷰에서 “슈퍼주니어 규현,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이후로 인정하는 아이돌 뮤지컬 배우”라고 칭찬했던데요.

서은광: 기사 봤어요. 정말 감사하죠. 너무 좋아서 바로 캡처해서 엄마한테 자랑했어요. ‘엄마, 나 열심히 하고 있어!’(웃음)

10. ‘대선배’들과 무대 위에서는 친구처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어떤가요?
서은광: 삼총사를 연기하는 (김)준현 선배님, (이)정수 형님, (박)민성 형님이 저처럼 이번 공연에 새로 합류한 멤버라 좀 더 편하긴 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더 까불 수 있죠. 이 외에 선배들은 다가가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에요. 얼마 전에 회식했는데, 기준 선배님이 “은광아, 빨리 선배들하고 친해져. 그래야 호흡이 잘 맞지!” 하시더라고요. 준상이 형님은 ‘선배님’이 아니라 ‘형’이라고 부르라면서,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양)요섭이 형과 친해져서 하이라이트 콘서트도 다녀왔다고 비투비 콘서트에도 꼭 불러달라고 하셨어요. 다들 천사처럼 잘해주세요.(웃음)

10. 달타냥 역은 엄기준·손호영과 함께 연기하고 있는데요.
서은광: 기준 선배님 공연 보고 충격받았어요. 너무 재밌어서요. 저나 호영 선배님의 달타냥은 진지한 편인데, 기준 선배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재밌더라고요. ‘달타냥을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선배님은 연기를 갖고 노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안에서 재밌고 유쾌한 달타냥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실은 연출가님이 기준 선배님 공연 절대로 보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선배님만 할 수 있는 연기라 따라 할 수 없다면서요.(웃음) 대신 저는 검술 장면이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장면에 자신이 있죠. 제 장점을 활용해 캐릭터를 살리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10. 달타냥 말고 ‘삼총사’에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서은광: 음… 밀라디요!(사랑의 아픔을 가진 여성 간첩 역)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어서요.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는 다 순수하고 선했거든요. 또 밀라디의 넘버(뮤지컬 삽입곡)들이 너무 좋은데, 특히 감옥이 무너질 때 부르는 처절한 노래. 그런 곡을 저도 불러보고 싶습니다.

10.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몸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돌의 경험이 도움이 됐겠죠?
서은광: 그럼요. 일단 무대에 대한 겁이 없어요. 뮤지컬 연기를 처음 했을 때도 긴장했지만 겁먹지는 않았어요. 비투비가 라이브 공연을 선호하는 팀이라 작품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어렵지 않고 재밌어요.

10. ‘가수 서은광’은 데뷔 7년 차 그룹의 리더이지만 뮤지컬 현장에서는 아직 막내인 경우가 많을 텐데요.
서은광: 처음에는 팀에서 리더이고 형인 제가 막내로 돌아간다는 게 어색하고 어려웠었어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가진 선배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했고요. 다행히 그런 선배들은 없더라고요.(웃음) 아이돌과 뮤지컬을 병행하는 건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저의 경우 팀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뮤지컬에 투자하거든요. 쉬는 날이 없어서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일을 하는 게 더 좋아요. 집에만 있으면 마음이 공허하고 몸이 근질거려요.

10. 아이돌 뮤지컬 배우라는 부담감을 느끼는군요.
서은광: 당연히 느낍니다. 제가 열심히 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예요. 그런 한편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뮤지컬 팬이 됐다는 비투비 팬들도 많아요. 제가 일종의 가교 구실을 한 것 같아 뿌듯할 때도 있어요. 또 “관객들이 서은광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었어?’라고 물어봤다”는 팬들의 후기를 보면 짜릿하죠.

서은광은 비투비 멤버 이창섭과 같은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은광은 비투비 멤버 이창섭과 같은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멤버 이창섭도 뮤지컬 배우를 병행하는데, 서로 조언을 해주나요?
서은광: 창섭이가 출연한 작품을 다 봤는데,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음 작품이면 다 고쳐놓더라고요. ‘내가 굳이 이야기 안 해도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구나’ 느꼈죠. 관계자들이나 배우들 사이에서도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소문이 났어요. 아, 저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창섭이랑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거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같은 무대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 저희끼리 상상해봐요. 그런데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네요.(웃음)

10. ‘뮤지컬 배우 서은광’에 대한 비투비의 반응은 어떤가요?
서은광: 지난해 ‘햄릿’에 출연했을 때가 기억나요. 2~3년 만에 출연하는 뮤지컬인 데다 유명한 작품이라 많이 긴장했어요. 첫 공연 날, 창섭이와 (임)현식이가 와 줬어요.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 오더니 손뼉을 짝짝 치면서 “은광이 형은 뮤지컬을 해야 한다. 형이 멋있어 보일 때가 몇 없는데, 뮤지컬을 하니까 멋있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멤버들 덕분에 힘이 나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아요. 아직 멤버들이 ‘삼총사’를 보러 온 적은 없어요. 바빠서요. 그래도 남은 기간에 보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10. 롤모델로 삼고 있는 뮤지컬 배우가 있나요?
서은광: 실용음악을 전공했던 고등학생 때 뮤지컬을 처음 접했어요.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박은태 선배님이 <대성당들의 시대>(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요.(웃음) ‘뮤지컬 노래가 이렇게 좋구나’ 생각했죠. 가요랑은 전혀 다르잖아요. 가사를 확실히 전달해야 하는 장르인데, 박은태 선배님의 곡 소화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도 선배님의 노래 영상을 찾아보면서 <대성당들의 시대>나 <겟세마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넘버) 등을 연습합니다.

10. 20대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은광: 우선 ‘삼총사’를 잘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싶고,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기를 바라요. 비투비로서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3회 콘서트를 여는 게 목표고요. 데뷔부터 지금까지 차근차근 공연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거든요. 그리고 인간 서은광으로서는 화를 다스릴 줄 알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며, 만물을 이치에 맞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하하.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보컬리스트’ 하면 ‘서은광’이 떠오르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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