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전현무(왼쪽부터), 박명수, 김구라/ 사진=SM C&C, 텐아시아DB
전현무(왼쪽부터), 박명수, 김구라/ 사진=SM C&C, 텐아시아DB


전현무, 박명수, 김구라 등 특급 MC들이 국내 유일의 교육공영방송 EBS에 출연한다. 일회성 출연이 아니라 고정 출연자인 MC로 발탁됐다. 이들이 진행할 프로그램은 시사토크쇼(김구라), 가족관찰 교육(전현무), 이웃사촌 버라이어티(박명수) 등 다양하다.

수능연계교육을 통한 서민층의 사교육비 절감,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제작 등 인기보다는 교육방송 본연의 설립 취지에 충실했던 EBS로선 파격적인 봄 개편이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쥔 그야말로 ‘거물급’ 스타들이기 때문. 기존의 편성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관찰예능 등 최근 방송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입혀 교육·교양·시사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게 EBS의 개편 취지다. 특성상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는 EBS가 적잖은 비용이 드는 이들을 기용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구라는 오는 4월 24일 오후 11시 55분 처음 방송되는 대국민 청원 프로젝트 ‘빡치미’의 MC를 맡는다. ‘빡치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부조리, 안전 불감증, 이기주의 등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시사토크쇼다. 이른바 ‘빡치게’ 하는 13가지의 악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빡치다’란 ‘화나다, 짜증나다, 어이없게 화나다, 어이없게 짜증나다’ 등을 뜻하는 신조어다.

김구라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낯설지 않다. JTBC ‘썰전’, SBS ‘맨 인 블랙박스’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정치,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서 남다른 지식을 자랑한 그다. 또한 ‘독설’로 유명한 김구라이기에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사이다 같은 비판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현무와 박명수는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파일럿’ 자체도 EBS에서는 이례적인 시도다. ‘봄 개편’을 시작으로 연중 다양한 파일럿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현무는 가족 관찰 교육 프로그램 ‘부모 성적표’ 진행을 맡았다. 항상 어른들의 평가 대상이었던 아이들이 직접 부모를 평가하고 이야기함으로써 부모와 자녀 간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취지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자녀를 둔 일반 가정의 일상을 지켜 볼 예정이다.

전현무는 대표적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를 진행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트있는 말 솜씨에 스마트한 매력까지 겸비해 ‘나 혼자 산다’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때문에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유형의 관찰 프로그램 ‘부모 성적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4월 1일 오후 9시 5분 첫방송.

박명수는 이웃사촌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조식포함 아파트’를 진행한다. 삭막한 아파트에서 이웃사촌들이 함께 조식 뷔페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털어 놓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연예인과 일반인 출연자들 상관없이 ‘호통’으로 일관했던 그가 일반 예능보다는 다소 무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EBS 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증을 더한다. ‘조식포함 아파트’는 ‘부모 성적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4월 29일 첫 회가 방송된다.

이들 외에도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인문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상상식탁’에 남희석, 힙합과 민주시민교육을 합친 강연쇼 ‘배워서 남줄랩’과 엄마 가출 프로젝트 ‘엄마를 찾지마’에 김숙이 출연하는 등 개그맨 출신 방송인들이 EBS에 잇달아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이은정 EBS 콘텐츠기획센터장은 지난 28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EBS ‘2018 봄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EBS가 강한 것은 더욱 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봄 개편의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EBS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네티즌들은 각종 기사 댓글을 통해 “EBS 방송국만의 개성을 왜 없애려고 하나.( siny****)”, ” ‘공영’과 ‘교육’ 취지에 전혀 맞지 않다. (cocu*****)”, “EBS를 예능화 하려고 그러나. 아무래도 무리수인듯.(dndl*****)”,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기를(yg05*****)” 등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필 예능 프로그램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연예인을 MC로 기용하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EBS는 ‘혁명’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 김구라, 전현무, 박명수 등이 일각의 우려를 딛고 본격적으로 EBS에서 활약하게 될 지, 앞으로 선보이는 다른 프로그램에도 스타급 MC를 발탁할 지는 이들의 활약에 달렸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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