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래학자로 잘 알려진 유발 하라리의 명저 ‘호모데우스’에 인간의 속성을 꼬집는 내용이 나온다. 성공은 언제나 야망을 낳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질병을 극복했고 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이전에 누려보지 못했던 행복을 쟁취했다. 또한 일상과도 같았던 전쟁의 위협마저 통제하는 법까지 배웠다.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진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질병과 위험을 하나하나 줄여나가면 언젠가는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다음 목표로 인류를 불멸의 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남게 된다. 바야흐로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데우스’로 바뀌는 지점에 인류가 서 있다는 뜻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문명이 갖고 올 미래를 그렇게 내다본다. 여기서 호모데우스는 ‘신적인 인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La forma del agua,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 극영화, 미국, 2017년, 123분)은 문명비판의 색채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죽은 줄 알았던 괴생물체가 다시 일어나자 리차드(마이클 섀넌)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한다. “당신이 바로 신이군!”

1960년대 미국은 우주개발의 야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냉전의 경쟁국인 소련이 한 발자국이라도 앞서 갈까 두려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주공간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배가하던 때였다. 그런데 소련은 이미 개를 우주에 보냈고 곧이어 인간을 보낼 참이었다.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마침 아마존에서 괴생물체를 발견한 미 항공우주국은 생물체를 연구해 우주개발의 획기적인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책임자는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 보안담당은 리차드(마이클 섀넌)이다.

생물체가 지하 기지로 옮겨오던 날 실험실을 청소하던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생물체의 모습을 확인하자 경악하고 만다. 사람 비슷하게 생겼으나 온 몸이 비늘로 덮여있고 아가미가 달려있지만 공기 중에 노출돼도 상당 기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여기에 참으로 놀라운 능력까지 덧붙여진다. 비록 인간의 언어는 모르지만 수화를 이해하고 음악에 반응하며 인간과의 교감은 물론 사랑의 감정까지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위험에 처한 생물체를 살리기 위해 엘라이자는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옆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의 도움을 받는다. 어느 사이엔가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튼 것이었다.

영화의 기본 틀은 애정물이다. 그래서 듣긴 하지만 말을 못하는 장애를 지닌 엘라이자와, 괴성밖엔 못 내지만 눈과 귀가 살아있는 생물체가 서로를 알아가고 호감을 느끼며 결국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그러나 영화의 또 한 가지 축은 리차드와 전체 실험 계획을 지휘하는 호이트 장군이 생물체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그들은 생물체를 해부해서 호흡 메카니즘을 파악하는 게 우주개척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뒤에는 “5성 장군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와 “인간은 신과 같다”는 자신감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니 아마존 원주민들이 괴생물체를 신으로 받든 것은 아직 문명의 맛을 못 본 무지함 때문이었다.

감독들은 보통 상징성을 영화에 부여하는 데 망설이는 편이다. 자칫 지나친 해석을 불러오게 만들어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화에서 상징성을 빼놓는다면 우리에게는 그저 밋밋한 이야기 전개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는 뛰어난 상징들을 제공한다.

괴생물체는 인간에게 유린당하는 자연이고 그 자연은 바로 신이다. 인간이 신에 대해 다 아는 것 같지만, 신은 지극히 부분적인 차원만 알려져 있는 거대한 우주다. 따라서 인간의 눈에 혐오감을 주게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기준에서나 그럴 뿐이고, 신을 규정하진 못한다.

기술만 믿고 생명의 영역에 무한정 발을 늘여놓았다가 쩔쩔 매는 인간, 섣부른 해결책으로 더 큰 모순을 양산하는 인간, 그러면서도 한사코 겸손할 줄 모르는 인간! 영화는 1960년대를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 그려내는 인간의 오만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사랑마저 쉽지 않은 세상인 것이다. 특히 세계 최강 국가가 되려는 야망에 사로잡혀 있던 미국에게 1960년대는 의미심장하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희망을 지켜내려는 할리우드의 풍조에 잘 들어맞는 영화인 까닭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초월하는 단 하나의 가치, 바로 사랑에 영화의 방점이 실려 있다.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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