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tvN ‘마더’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마더’ 방송화면 캡처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가 영화 같은 영상미와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으로 호평받고 있다.

‘마더’는 엄마가 되기에는 차가운 선생님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의 이야기다.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공항 가는 길’ 등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김철규 감독이 잡아 감동적인 모녀 이야기를 다룬다. 김 감독은 이보영과 허율 사이의 뜨거운 감정을 끌어올린다.

◆ 허율의 ‘좋아하는 것 노트’

첫 회에서는 혜나(허율)의 처절한 상황을 ‘좋아하는 것 노트’ 장면이 돋보였다. 혜나는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것 노트’에 하나씩 적는다. 설악(손석구)이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힐 때마다 좋아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생각해내며 설악에 맞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좋아하는 것 노트를 통해 혜나의 처절한 감정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김철규 감독의 꼼꼼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 단단해진 이보영·허율, 어둠에서 환한 빛으로

2회 결말에서는 수진, 혜나가 탄 기차가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며 어둠을 뚫고 환한 빛으로 향해 달려 시선을 끌었다.

수진과 혜나는 인천에서 도피자금을 잃는 등 고난을 겪으며 단단해졌다.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던 기차가 수진, 혜나가 겪고 있는 위태로운 여정을 떠올리게 했지만 곧이어 기차가 환한 빛을 내며 빠져 나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두 모녀의 여정에 시청자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이처럼 수진, 혜나 모녀의 상황에 빗대어 어둠과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영상미를 높이는 연출력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이보영·허율, 예수정과의 애틋한 이별

3회에서는 수진이 어릴 적 지냈던 정애원에서 글라라 선생님(예수정)과 잠시 따뜻한 시간을 보낸 수진, 혜나의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들을 울렸다.

치매에 걸린 글라라 선생님이 보호시설로 가기 전 수진, 혜나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다.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글라라 선생님에게 혜나가 작은 마트료시카(러시아 인형)를 굴려 전달,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이 마트료시카는 바로 정애원에서 지냈던 6살 때부터 8살까지의 수진을 나타내는 것으로 글라라 선생님은 작은 마트료시카에 돌멩이와 구슬을 가득 쌓아놓으며 한결 같은 수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추억을 떠올리는 수진, 글라라 선생님을 바라보는 혜나,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글라라 선생님의 감정이 미술적으로 그려지며 울림은 확대됐다.

◆ 이보영·허율·이혜영-고성희, 옷으로 연결된 모성

4회에서는 각기 다른 네 모녀 수진, 혜나, 영신(이혜영 ), 자영(고성희)이 한 장면으로 연결 되면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영신은 10년 만에 만난 수진에게 원피스를 하나씩 입혀본다. 수진이 옷을 피팅하는 장면에 혜나가 어린 수진이 입었던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 모습을 비춰보는 장면이 연결돼 수진, 혜나가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드러냈다.

자영이 어린 혜나가 입었던 배냇저고리의 리본을 묶는 장면이 겹쳐지면서 혜나를 향한 자영의 애틋함이 드러났다. 옷으로 연결된 네 모녀의 모습이 은유적으로 그려져 보는 이들의 감성을 흔들고 김철규 감독만의 감성적이고 시적인 연출이 감동을 자아냈다.

◆ 얼굴 마주하고 누운 이보영·허율, 손석구에게 쫓길 위험

4회의 끝에서는 잠시 평온해진 수진, 혜나 모녀와 이들을 뒤쫓기 시작한 설악의 모습이 교차됐다.

곤히 잠든 혜나 옆에 나란히 누우며 눈을 감는 수진의 모습은 위태로운 여정 속 잠깐의 평온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수진, 혜나를 뒤쫓으려 하는 설악의 모습이 긴박하게 담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수진, 혜나에게 닥칠 또 다른 큰 위험을 예고하면서 세 사람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뤄 긴장감과 박진감을 불어 넣었다.

이처럼 김철규 감독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연출력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져들게 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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