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김희선(왼쪽)과 전소민/ 사진=흰지엔터테인먼트, 텐아시아DB
배우 김희선(왼쪽)과 전소민/ 사진=흰지엔터테인먼트, 텐아시아DB


가수, 배우, 모델, 요리사, 스타일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웃겨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난 지도 오래다. 그보다 ‘트렌드’가 먼저고, 시청자와의 공감과 소통이 우선이다. 최근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작품 홍보를 위해 토크쇼, 리얼버라이어티 등에 ‘반짝’ 출연했던 이전과 달리 하나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예능인’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배우 김희선은 올해 처음으로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케이블 방송 OLIVE와 tvN을 통해 방송된 ‘섬총사’에 출연해 강호동, 정용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섬총사’는 김희선, 강호동, 정용화가 섬 마을 집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김희선은 첫 회에서 “카메라가 많은 것도 적응이 안 된다”며 첫 리얼 예능 도전을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섬총사’를 연출한 박상혁 CP도 “김희선 씨가 야외 예능을 4박 5일 동안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연예계에 발 들인지 24년째다. 연기를 본업으로 삼았다지만 ‘끼’가 충만한 그에게 리얼 예능 적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993년 그는 데뷔와 동시에 생방송 SBS ‘인기가요’의 전신인 ‘TV가요 20’에서 배철수와 함께 진행을 맡았다. 당시 최연소 MC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천진난만하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음악 방송을 탄생시킨 주역이 됐다. 2013년에는 SBS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신동엽, 김구라 등과 공동 MC를 맡아 한층 성숙된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섬총사’ 김희선/ 사진=방송화면
‘섬총사’ 김희선/ 사진=방송화면
리얼 예능에서의 김희선은 또 새로웠다. 아무것도 몰라서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허당끼’로 재미를 유발했고, 특유의 털털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다. 특히 에너지 넘치는 국민MC 강호동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할 말을 다하면서 ‘여배우’ 포스를 과시해 재미를 더했다. 김희선-강호동 케미는 예상보다 더 신선했다.

김희선과 강호동의 만남은 앞서 JTBC ‘아는형님’에서부터 시작됐다. 김희선은 지난 3월 11일 방송된 ‘아는형님’에 출연해 4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방부제 미모’를 과시하며 남다른 예능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김희선과 강호동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정감 있는 모습으로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약 7개월 간 방송된 ‘삼총사’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진정한 ‘예능인’으로 거듭난 김희선은 내년 방송 예정인 시즌2 출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희선은 40대에 접어들면서 배우로서 더 깊이 있는 감성으로 극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예능인으로서는 화려한 여배우 이면에 현실적인 ‘줌마’ 면모로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올해 ‘리얼예능’에서의 첫 경험은 그가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18년 더욱 물오른 예능감을 발휘할 김희선의 모습을 기대한다.

‘런닝맨’ 전소민/ 사진제공=SBS
‘런닝맨’ 전소민/ 사진제공=SBS
예능을 주름잡은 또 한 명의 여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전소민이다. 그는 올해 4월 개그맨 양세찬과 함께 SBS ‘런닝맨’ 새 멤버로 합류했다. 전소민이 등장하기 전 ‘런닝맨’은 지독한 침체기에 빠져있었다. 7년 가까이 일요일 예능 강자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런닝맨’은 최근 2~3년 사이 시청률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올 초에는 4%대까지 내려 앉았다. 제작진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멤버 교체를 강행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추가 합류가 아닌 ‘교체’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그 어떤 예능팀보다 멤버들이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했고, 케미가 돋보였기에 더욱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런닝맨’은 기존 멤버 그대로 프로그램을 지속하기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합의했다. 여기에 양세찬과 전소민이 합류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절실함을 알아서일까? 전소민은 자신의 역량 이상을 발휘하며 ‘런닝맨’에 힘을 실었다. 앞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4차원 면모를 보이며 ‘예능감’을 어필했던 그는 ‘런닝맨’에 고정으로 합류해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베테랑 MC 유재석도 그를 통제하지 못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기존 멤버들은 물론 게스트, 시청자까지 웃게 했다. 여기에 이광수, 양세찬과 로맨스 구도까지 구축하며 기존 송지효-개리 월요커플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소민은 ‘런닝맨’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다시금 뛰게 만든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지난 4월 3%대로 바닥을 찍었던 시청률이 12월엔 10%대까지 올랐다. 전소민 혼자 이룬 성과는 아닐지라도 그간의 활약을 되짚어볼때 많은 부분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이쯤 되면 내일(30) 열리는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소민은 2006년 영화 ‘신데렐라’로 데뷔해 2013년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임펙트있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알렸다. 그간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런닝맨’을 통해 ‘예능인’으로서 연예계 생활의 2막을 시작한 전소민이 연기와 예능을 오가며 또 어떤 반전 매력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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