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요원 엄철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NEW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요원 엄철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NEW
정우성은 곧 엄철우다. 그는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제 옷인 양 소화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 호흡을 맞춘 곽도원은 “정우성의 눈빛은 엄철우의 것이었다”며 감탄했다.

‘강철비’는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공존하는 남한의 정권교체기에 쿠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가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함께 남한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기를 맞게 되는 남북한 비밀첩보 작전을 그린다.

정우성은 우직한 충성심을 드러내는 모습부터 정예요원으로서의 강인함,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감정 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깊은 눈망울로 엄철우의 감정을 표현해낸다. 정우성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거라는 반응이다.

평소에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던 정우성이다. 북한 최정예 요원에서 다시 남한 시민으로 돌아온 정우성은 남북문제, 핵전쟁 등에 대해 조곤조곤 생각을 밝혔다.

10. 북의 핵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영화의 결말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진다. 자신의 생각은?
시나리오에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상황이 담겨있기도 했다. 결론이 정답은 아니지만 오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하면서 오해의 소지는 최대한 걷어내기로 정리했다. 그래서 완성된 게 지금 영화의 결말이다. 남북관계, 핵문제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10. 평소에 남북문제를 포함해 정치·사회 등에 관심이 있나?
20대엔 사회의 부조리나 불평등 등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30대가 되며 무뎌졌다. 개인사 등에 바쁘다 보니 내가 속한 사회에서 동떨어진 개인이 돼있었다. 그러던 중 ‘내 열정이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날 돌아보게 됐다. 관심을 가져야 에너지가 생기고 그래야 열정도 생긴다. 그러면서 다시 사회를 돌아보게 됐다.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강철비를 선택할 때 그런 소신이 작용했나.
주제의식이 명확하지 않아도 재미를 위해 제작되는 영화도 있다. 그런 것도 물론 좋아한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선배로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철비’에선 북한 사람을 규정된 방식으로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연기한 엄철우는 재미를 위해 쓰고 버려지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큰 문제에 직면한 한 개인으로서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인물이라 매력이 있었다.

배우 정우성은 “북한 인물이 영화의 장치로 쓰이고 버려지지 않아 ‘강철비’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NEW
배우 정우성은 “북한 인물이 영화의 장치로 쓰이고 버려지지 않아 ‘강철비’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NEW
10.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엄철우가 아내와 헤어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와 딸을 걱정하며 집을 나선다. 북에 있는 사람들은 주체사상에 물들어 당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영화에서도 북한 사람들이 한류, 지드래곤 등에 대해 얘기하지 않나. 타당하지 않은 주체사상이나 정치적 이념은 개인의 욕구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영화에서 엄철우의 감정은 북한1호에 대한 충성심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된다. 어떻게 해석했나?
사회 제도가 엄철우에게 충성심을 강요했지만, 엄철우는 원래 연민이 있는 사람이다. 엄철우가 최정예 요원으로 설정됐지만 사실은 북한 체제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주민들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감시와 강요 안에서 형식적인 충성심을 보이지만 사실 그들에겐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10. 평양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썼다.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촬영이 아닐 때도 계속 사투리를 쓰며 연습했다. 촬영 초반엔 사투리 억양을 익히기 위해 배우, 스태프들과 잡담도 못 나눴다. 사투리 선생님이 여성이었다. 남자의 말투를 익히려고 계속해서 평양 남자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공부했다.

10. ‘강철비말미 엄철우가 시한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
엄철우를 영웅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인민을 지켜낸 영웅이 아니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거다.

10. 동갑내기 곽도원과의 케미가 웃음을 유발했다. ‘아수라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어땠나?
‘아수라’를 같이 하면서 동료로서 신뢰가 쌓였다. 그러던 중에 다시 한 번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신뢰도가 상승곡선을 탔다. ‘강철비’에서 케미가 더 빛을 발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농담을 던지고 도원이를 괴롭히는 편이다. ‘살 뺀다더니 안 빼냐’라고 놀리기도 했다.(웃음)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는 서로 친구이자 동료로 아끼고 존중해준다.

배우 정우성이 동갑내기 곽도원에 대해 “친구이자 동료로서 서로 아끼고 위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사진제공=NEW
배우 정우성이 동갑내기 곽도원에 대해 “친구이자 동료로서 서로 아끼고 위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사진제공=NEW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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