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일 방영된 tvN ‘드라마 스테이지-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방송화면 캡처.
지난 2일 방영된 tvN ‘드라마 스테이지-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방송화면 캡처.
시장성이 없다고 여겨져 단막극이 좀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풍토에 tvN의 첫 단막극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은 단비처럼 찾아왔다. 재미와 창의성으로 승부를 걸 만했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극본 최지훈, 연출 윤성호)’은 tvN의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테이지’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작품으로 지난 2일 자정 방송됐다.

‘드라마 스테이지’는 ‘신인 작가들의 데뷔무대’다. CJ E&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에서 주최한 ‘드라마 스토리텔러 단막극 공모전’에서 선정된 10개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은 낮에는 건축회사 대리로, 밤에는 ‘미리내’라는 필명의 인터넷 로맨스 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박대리(이주승)의 이중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배경은 2004년이다.

박대리는 건축회사의 4년 차 대리로 이유린 주임(조수향, 이하 이주임)을 짝사랑하고 있다. 이주임의 곁을 맴돌던 박대리는 이주임이 자신의 소설을 몰래몰래 즐겨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박대리는 IMF 사태 직후에 회사에 들어가 4년 만에 겨우 대리를 달았기 때문에 부업이 들통나 하루 아침에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계속 글을 써야 할지 망설였다.

박대리의 인터넷 소설 담당 별밤출판사의 편집자 최보민(김예원)은 이런 박대리에게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어떤지 제안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최보민은 박대리와 이주임과의 사이를 알게 되고 둘을 이어 주는 대신 차기작을 집필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봤다.

박대리는 이를 수락했고 이주임에게 고백하기 위해 가짜 사인회를 열기로 했다. 정체가 들통나면 안 되는 사인회였지만, 미리내 작가의 또 다른 팬이었던 별밤출판사의 또 다른 직원이 이 일정을 미리내 작가의 팬카페에 올리게 되고 수많은 팬들이 찾아오게 됐다. 이주임은 오지 않았다.

미리내 작가의 팬사인회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결국 회사에도 박대리의 정체가 알려지게 됐고 박대리는 인사위원회에 불려가 대기발령을 받게 됐다. 박대리의 글 실력을 본 인사위원회는 그의 모든 저작권을 회수하고 회사 관련 집필만 하는 조건으로 복귀를 시켜주겠다고 말했지만 박대리는 이를 거절하고 전업작가가 되며 짜릿함을 줬다.

내용도 소소하게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력은 탄탄하지만 여느 드라마 주연으로는 잘 만나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연기를 TV에서 감상하는 기쁨이 있었다. 섬세한 표현력에 여러 영화들의 주연을 거치며 더욱 연기 내공을 다져온 이주승과 영화 ‘써니’에 출연했으며 현재 드라마 ‘변혁의 사랑’에서 활약 중인 김예원의 연기는 방송에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그들이 표현했던 것처럼 ‘찰떡궁합’이었다.

박대리의 형으로 등장하는 박종환 특유의 찌질한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박종화는 2017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배우로 영화 ‘양치기들”베테랑”검사외전’을 통해 존재감을 입증했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을 이을 두 번째 ‘드라마 스테이지’ 단막극은 송지효와 조우진이 출연하는 ‘B주임과 러브레터'(극본 신수림, 연출 윤현기)로 오는 9일 자정에 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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