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지난 5일 종영한 MBC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열연한 배우 지현우/사진제공=드림티 엔터테인먼트
지난 5일 종영한 MBC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열연한 배우 지현우/사진제공=드림티 엔터테인먼트
최근 몇 년간 지현우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면 배우로서 그가 지닌 신념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다룬 ‘앵그리맘’부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송곳’, 친일파 문제를 비판한 ‘도둑놈 도둑님’까지. 지현우는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지 않더라도, 큰 관심을 얻지 못해도 그는 작품을 통해 희망을 느낄 누군가를 위해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10. ‘도둑놈 도둑님’ 종영 소감은?
지현우: 거의 반년 동안 촬영한 작품인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6개월 동안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끝나고 나니까 어딘가 허전하고 뻥 뚫린 느낌이다.

10. 50부작의 긴 드라마였다. 극을 이끄는 주연배우로서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았나?
지현우: 항상 만족도에 대한 욕심 때문에 힘들다. 드라마 촬영은 거의 생방송처럼 진행될 때가 많다. 나는 잠을 덜 자더라도 한 장면을 좀 더 많은 각도에서 찍었으면 좋겠고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다 같이 만드는 거여서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는 부분이 좀 힘들었다.

10.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인가?
지현우: 예전에는 없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하는 작품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한 시간을 투자해서 보는 것이므로 허투루 찍을 수 없다.

10. 극 중 형 역할을 맡았던 김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지현우: (김)지훈이 형과는 12년 전에 형제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형과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여자주인공 서현이보다 지훈 형과 더 많이 붙었다. 처음에는 형제들의 브로맨스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고 형과 호흡을 맞추면서 어느 순간부터 신뢰감이 확 생겼다. 울고, 부둥켜안는 장면을 찍는데 리허설 때는 ‘오글거려서 어떻게 하나?’ 하다가도 슛 들어가면 확실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상대 역이 지훈이 형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10. 아이돌 출신 연기자 서현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지현우: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서 걱정되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나도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했을 때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서현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방송 전 사람들의 반응이나 포털사이트 댓글 때문에 혹시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멘탈이 강하더라. 10년 동안 연예계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상황에 잘 대처해 나갔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배우 지현우/사진제공=드림티 엔터테인먼트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배우 지현우/사진제공=드림티 엔터테인먼트
10. ‘앵그리맘’-‘송곳’-‘원티드’에 이어 ‘도둑놈 도둑님’까지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연달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지현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처음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을 하고부터는 계속 그런 쪽의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도둑놈 도둑님’과 앞선 세 작품에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권선징악으로 끝난 엔딩이 어떻게 보면 판타지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희망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10.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나?
지현우: 지금까지 살인자 역할도 4~5번 정도 들어왔는데 캐릭터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나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 이미지 변신 때문에 일부러 악역을 맡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10. 최근 몇 년간 1년에 한 작품씩만 하는데 다작할 생각은 없나?
지현우: 20대에 정말 많은 작품을 했다. 1년에 두세 개 정도 했던 것 같다. 뮤지컬 하면서 ‘뮤직뱅크’ MC를 했을 때는 뮤지컬 연습을 자주 빠져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또 미니시리즈 찍으면서 라디오 DJ를 할 때는 일주일에 라디오 생방송을 두 번밖에 못 했다. 그런 시기를 5년 정도 겪고 나니까 ‘다른 작품에 피해 주지 않고 여유롭게 한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30대 초반 남자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지현우: 고등학교 1학년 때 이쪽 일을 시작해서 20대 초반까지는 정말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어릴 때는 실수를 해도 ‘아직 신인이니까 괜찮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고 ’10년을 넘게 했는데 못 하면 안 된다’, ‘여기서 못 하면 다음 작품이 안 들어올 수도 있다’는 고민이 생긴다. 아마 30대 배우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걱정이자 불안감인 것 같다.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지현우: 배우로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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