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박신혜는 2003년 이승환의 ‘꽃’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같은 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아역으로 시작한 그는 차분히 스펙트럼을 넓혔고 ‘궁S’(2007) ‘미남이시네요’(2009) ‘상속자들’(2013) ‘피노키오’(2014) ‘닥터스’(2016) 등 화제작에 잇따라 출연하며 ‘20대 대표 여배우’로 성장했다. 출연작 중 일부는 해외에서도 방영돼 박신혜에게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선물했다. 하지만 박신혜는 만족하지 않았다.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연기력이 채워진 배우이길 바랐고, 변화를 위해 고민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은 박신혜의 갈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다. 박신혜는 임태산의 딸 임미라(이수경)의 무죄를 확신하는 변호사 최희정 역을 맡았다. 박신혜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 것은 물론 신념과 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줬다. 화려함을 벗었다. 제2막이 기대되는 박신혜를 만났다.

10. 이전에 보여줬던 연기와 확실히 다르다. ‘침묵을 선택한 이유와 연관이 있나?
박신혜: 밝은 캔디형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침묵’ 속 희정이는 그러지 않았다. 현실적인 인물이고 사건이 전개되면서 감정 변화도 많이 겪는 인물이다. 이전엔 힘을 많이 들인 발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침묵’에선 눌려있고 힘이 빠진 듯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10. 정지우 감독은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고 희정 역을 제안했을까?
박신혜: 희정이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이미지를 찾았던 것 같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너무 한류스타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실제로는 굉장히 털털하고 오히려 우악스러운 면도 있다. 활동적인 것도 좋아한다. 이런 모습들을 설명하니 ‘의외다’라고 했다.

10. 이번 작품에서 화장기 없는 민낯까지 공개했다. 부담은 없었나?
박신혜: 희정이는 출세보단 직업적 윤리와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초반부에 편집되긴 했지만, 집집마다 찾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홈케어서비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바쁘게 사는 인물이라 겉치장할 시간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10. 미묘한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다. 표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 힘들었을 것 같다.
박신혜: 드라마에서 연기할 땐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했는데, 이번엔 압축시켜야 했다.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감정을 억누르고 억누르다가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 필요했다.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내가 희정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얘기를 많이 해줬다.

10. 특히 어려웠던 장면은?
박신혜: 법정에서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을 심문하는 장면이다. 그가 자백하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불안했고 감정이 격했다. 캐릭터에 몰입하니 그 상황이 너무 싫어서 힘들었다. 아마 지금까지 연기를 하며 지었던 표정 중 가장 냉소적인 표정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10. 대선배인 최민식부터 많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박신혜: 모든 사람들이 자극제였다. 다른 배우들은 자유롭게 연기했다고 하지만, 난 마냥 편하지 않았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니 위축이 됐다. 긴장하니까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가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최민식 선배는 항상 현장에 일찍 와서 준비한다. 리허설을 할 때도 실제처럼 연기한다.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을 몸소 보여줬다.

10. 미라 역의 이수경과 케미가 빛났다. 실제 이수경과의 호흡은?
박신혜: 너무 사랑스러웠다.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언닝~ 오셨어용~’이러다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눈빛이 바뀐다. 많이 자극됐다. ‘내가 20대 초반에 수경이처럼 솔직하게 연기를 했던가’라며 반성하게 됐다.

10. 드라마로 특정 이미지를 많이 소비한 배우들이 영화로 연기 갈증을 채우곤 한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박신혜: 나 역시 비슷하다. 사실 영화가 무서웠다. 연기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내 경력으론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욕심은 있었기에 발을 계속 들여놨다.(웃음) ‘침묵’을 통해서 아주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전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100% 표출했는데 ‘침묵’에서는 50%를 표현하면서 나머지 50%를 관객들을 위해 남겨두는 연기를 하며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

10. 또 도전해보고 싶은 건?
박신혜: 심심한 연기도 해보고 싶고 범죄스릴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광고에 나오는 예쁜 이미지나 한류스타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선을 잘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신혜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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